"재정균형 달성-'무리하지 말아야'"
"장기 재정전망보고서 필요"···통일·기후변화 고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로서는 2012년으로 유예된 소득세·법인세 인하 등 감세정책은 유지된다"고 밝혔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악화된 소득재분배 역할 강화, 정부가 주창하는 친서민 정책과 재정건전성 확보 등을 위해 감세정책을 제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다수 조세·재정전문가들은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주최한 '2011년도 경제·재정운용방향'에 관한 공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생각을 밝혔다.
서울시립대 박기백 교수는 "현재 유예된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폐기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금융위기로 소득분배 편차가 커졌을 것을 감안하면 세율 인하가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시점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35%, 22%를 33%, 20%로 2%p 인하하는 내용이 2012년까지 유예된 상황이다.
경기대 이재은 교수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복지수준이 낮기 때문에 조세부담율을 완만히 상승시키면서 복지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며 "일시적으로 조세수입이 자연승수됐다고 항구적인 감세조치를 취하는 것은 매우 걱정스럽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올해 세제개편안에 대해 "재정건전성 효과가 별로 없고, 조세에 의한 소득재분배효과는 개선되기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또 지방세 규모가 감소돼 조세부담률이 인하될 것이라고 하면서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계획은 없다"고 지적했다.
재정부가 2일 발표한 '2010년~2014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방향'에 따르면 지방세 규모가 대폭 감소해 올해부터 2014년까지 조세부담률은 19%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천대 황성현 교수도 "이명박 정부의 조세·재정정책 운용의 기본방향은 여전히 '감세'와 '작은 정부'인데, 이는 정부가 표방하는 친서민 정책과 양립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1차적인 수혜자가 '가진 자'일 수밖에 없는 감세정책을 시행하고, 복지재정 확충은 답보 상태에 있으면서 동시에 몇 가지 서민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며 '친서민'을 내세우고 있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황 교수는 재정정책 방향에 대해 "지난해 19.7%, 올해 19.3%(잠정)으로 낮아진 조세부담률을 중기적으로 21~22%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중기 재정운용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고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핵심 정책과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재정균형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충고했다.
그보다 재정지출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장기 재정전망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정부는 2014년에 관리대상수지가 흑자로 전환돼 정부가 목표한 재정균형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관리대상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보험수지를 뺀 수치로 '실질재정수지'로 불린다.
박 교수는 "재정의 효율성 제고는 필요하지만, 균형재정을 위한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이나 증세안은 필요하지 않다"며 "금융위기로 인한 한시적 사업을 종료하고, 감세 유보를 폐기로 전환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이철인 교수는 "재정수요 관리로써 복지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며 "수혜자 정보 및 사업내용에 대해 미시적 자료를 갖추고 중복적으로 지원되는 일이 없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조세연구원 박정수 공공기관정책연구센터소장은 "저출산·고령화 등을 고려한 장기재정전망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간해야 한다"며 "현재 발표하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은 남북통일, 기후변화 등 중대한 장기요인을 포함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가채무관리계획서를 확대, 개편해 우발채무 및 잠재적 채무 등을 관리하고, 공공기업의 부채를 점검하는 대책과 지방정부의 재정낭비를 줄일 수 있는 재정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