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하루빨리 검사 마무리"
주주들, 3인 CEO 모두에 등 돌려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에 대한 이백순 신한은행장의 고발 사태로 촉발된 '신한사태'가 재일교포 주주들과 감독당국의 발빠른(?) 대응에 힙입어 조기수습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한사태의 경우 여야간 정치쟁점으로까지 번지는 등, 이번 사태에 대한 조기수습을 촉구하는 안팎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베일 벗는' 차명계좌
이번 신한사태로 다른 어디보다 곤욕을 치르고 있는 곳은 감독당국이다.
지난 11일, 12일 이틀동안 진행된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국감에서는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의 비호세력 유무와 라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금감원의 묵인 가능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날 국감에서 일부 의원들은 금감원이 지난해 5월 라 회장의 차명계좌 정황을 파악했는데도 이를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도 "검찰 수사 중이었다"는 석연찮은 대답으로 논란을 확산시켰다.
결국 금감원이 '직무유기' 비판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이번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상황.
이 때문에 금감원은 당초 내달 말 실시할 예정이었던 신한은행에 대한 정기검사 일정을 앞당겨 늦어도 다음달 초부터 검사에 본격 착수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를 통해 정치권에서 제기된 1000여개에 달하는 차명계좌 의혹에 대한 사실여부와 해당 차명계좌 운용에 이백순 행장 등이 직접 관여했는 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 재일교포들 "'즉각' 동반퇴진"
금감원의 검사가 내달초로 앞당겨진 가운데, 신한지주의 모태격인 재일교포 주주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당초 신 사장의 '직무정지' 조치와 함께, 이 행장에 대한 해임소송에 국한됐던 움직임이 라 회장에 대한 퇴진 요구로 확대되고 있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지난 14일 오후 일본 오사카에서 주주모임을 열어 신 사장과 이 행장은 물론, 라 회장까지 3인 CEO의 '즉각적인 동반퇴진'을 요구했다.
라 회장에 대한 여전한 신임를 보여왔던 재일교포 주주들이 돌연 3인 CEO의 동반퇴진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신한사태와 관련된 논란이 더이상 확산되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검찰 수사 및 금감원의 정기검사로 라 회장과 신 사장, 이 행장의 '치부'가 속속들이 드러날 경우 관치개입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 그동안 재일교포 주주들은 전체 지분의 17%로 신한지주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각종 논란으로 신한지주 내부로부터 신임을 잃은 라 회장으로서는 재일교포 주주들까지 등을 돌리면서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지게 됐다.
특히 이번 사태의 원만한 수습을 위해 내년 초 주주총회까지라도 임기를 채우고자 했던 '희망사항'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진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장기적인 '리더십 부재'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한 3인방의 불명예 퇴진 가능성이 갈수록 가시화되는 형국"이라며 "차기 경영진에는 재일교포 주주들의 목소리가 일부 반영돼 내외부 출신이 동시에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