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차 양적완화 정책을 앞두고 아시아 및 신흥시장 국가들이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자기네 통화도 발행을 늘리면서 환율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가 하면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국가에서는 과감하게 긴축으로 돌아서기도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다음달 유동성을 풀어 자산을 매입하는 경기부양 조치를 단행할 방침이다.
이는 돈의 유통을 늘려 경기를 떠받치는 동시에 달러화 가치 하락을 유도해 미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낮아지면 여타 국들의 통화가치는 올라가기 때문에 수출이 많은 국가들의 경우 대외 무역 경쟁력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결국 다른 나라들은 각자가 처한 사정에 따라 통화량을 조절, 대응하게 된다
싱가포르의 경우 14일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이례적인 행보를 나타냈다. 환율 변동 폭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긴축정책을 단행하면서 자국 통화의 강세를 부추긴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기 때문에 이를 꺼리게 되지만 제조업 비중이 작은 싱가포르의 경우 다른 차원의 정책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는 올해 2분기에 작년 동기보다 18.8% 성장하는 등 상반기 전체로 작년 동기 대비 17.9% 성장했다. 지난해의 경우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2% 성장한 것과 비교해 놀랄만큼 빠른 회복세다.
이처럼 성장세가 강하자 물가 역시 최근 급등하고 있다.
또 수출은 미약한 반면 금융에 대한 경제의존이 높기 때문에 나름의 생존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ING의 외환 전략 책임자인 크리스 터너는 "싱가포르가 인플레를 우려해 긴축을 하는 등 일부 국가의 경제는 미국 경제와는 확실히 다른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비해 중국의 경우 선진 각국의 지속적인 압력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절상에 저항하고 있다. 위안화를 낮게 유지해 산업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다.
미국의 8월 대 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280억 달러로 월간 기준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위안화 절상 압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의 전체 무역 적자도 464억달러로 전월에 비해 8.8%나 증가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증가에는 저평가된 위안화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은 엔화값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는 등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이를 방어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14일 런던 외환시장에서 엔화값은 한 때 달러당 80.97엔까지 상승, 15년 6개월만의 최고치로 올라섰으며 1995년 4월 19일의 사상 최고치인 달러당 79.75엔에 근접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과 중국의 통화가치 절하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을 강도높게 비판하는가 하면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이 거듭 한국과 중국에 인위적 시장개입 자제를 요구하는 등 엔화 가치 상승을 견제하고 있다.
또 필요할 경우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시장개입을 시사하기도 한다.
브라질이나 태국 등은 최근 통화가치가 급격히 변화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런 움직임들은 다음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앞두고 각국의 입장이 잘 조율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달러화는 지금 유로화에 대해서는 8개월래 최저치, 엔화에 대해서는 15년만의 최저치, 호주 달러에 대해서는 28년만의 최저치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