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가 자국 내의 바티칸 소유 부동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 중이다.
19일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최근 이탈리아 내의 바티칸 소유 부동산 지방세를 면제해 주는 것은 조세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면서 이탈리아 정부에 시정을 촉구했다.
EU의 요구에 따라 이탈리아 정부는 종교적 목적을 위한 건물은 제외하고 병원, 학교, 호텔, 토지 등 수익성 부동산에 대해서는 2014년부터 지방세를 물리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그러나 EU의 입장은 바티칸 소유의 모든 부동산에 대해서 지방세를 부과해야 하며, 더욱이 이제까지 면세됐던 것을 모두 소급해 받아야 한다는 것인 반면 바티칸은 과세 방침에 반발하고 있어 이탈리아 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이탈리아와 바티칸은 지난 1929년 라테란 조약을 체결, 이탈리아 내에서 바티칸 소유 재산이나 활동에 대한 세금을 면제해 왔다.
문제는 조약 내용에 면세 혜택을 받는 대상은 종교적 목적의 재산으로 한정하는 규정이 없는데다 이후 바티칸이 기부 등을 통해 획득한 비종교적 목적의 부동산이 엄청나게 늘어난 데 있다.
현재 이탈리아 내 바티칸 소유 부동산은 11만 5천 건이며, 연간 면세액은 총 30억유로로 평가되고 있다. 또 비종교적 시설의 범위를 느슨하게 잡아도 이에 따른 세수가 연간 10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세형평에도 어긋나고 국가 재정에도 부담이 되므로 라테란 조약 개정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탈리아 안팎에서 줄기차게 제기됐으나 오히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는 지난 2005년 비종교적 부동산도 면세해준다는 법안을 상정,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이탈리아 일부 정당과 시민단체들은 반발하면서 EU에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청원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