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일 씨, 사법부의 준엄한 판단 존중
광주국세청, 판결문 검토 후 '항소' 등 일정 조율
자신의 원래 직위를 찾아 복직하려는 전직 세무공무원과 이 직원을 파면한 국세청간 법정다툼에서 법원이 전직 세무공무원의 손을 들어줬다.
광주지법 행정부(김병하 부장판사)는 21일 전 광주지방국세청 소속 나주세무서 김동일 씨(48)가 '파면'은 부당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을 통해 "김동일 씨에 대한 광주국세청의 해임처분을 취소한다"며 "소송비용은 피고(광주청)가 부담하라"고 판시했다.
광주국세청으로부터 '파면' 조치 후 15개월간 외롭게 투쟁해 온 김 씨는 재판부의 해임처분취소 판결이 내려지자 그 동안 쌓인 울분을 참지 못하고 끝내 눈물을 보였다.
김 씨는 "재판부가 정의는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재판이 진행중이라 퇴직금의 일부 밖에 받을 수 없어 경제적 어려움도 컸지만, 무엇보다 천직으로 여겨온 세무공무원의 길을 떠나 사회구성원이 될 수 없었던 지난 세월동안 정신적 고통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시는 이 땅에 민주주의가 훼손되면 안되겠다는 사법부의 준엄한 판단으로 생각한다'며 "끝까지 성원해 준 국민께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해 5월 28일 국세청 내부통신망인 지식관리시스템 '나도 한마디' 게시판에 '나는 지난 여름에 국세청이 한 일을 알고 있다'라는 글을 올렸다.
글을 통해 김씨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하여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하여 국세청 조직을 위기에 빠뜨렸다', '전직 대통령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삶을 마감하게 내몰기까지 국세청이 그 단초를 제공했다', '자리 보전을 위해 골프를 쳤고, 출세하려고 세무조사를 했다'고 비판했다.
해당 글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자 광주국세청은 즉각 징계위원회를 열어 김씨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제63조(품위유지의 의무) 및 '국세청공무원행동강령' 제23조(품위유지)의 규정위반을 이유로 파면 처분을 내렸다.
김씨는 이 같은 결정에 불복해 행정안전부에 소청심사를 제기했고, 올해 1월 소청심사위원회는 김씨에 대한 징계수위를 '파면' 처분보다 한 단계 낮은 '해임' 결정을 내렸다.
이에 김씨와 23명의 변호인단은 행안부 소청심사위원회의 '해임' 결정에 불복해 광주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김씨는 지루한 법정다툼 끝에 승소를 이끌어 냈다.
또 광주청은 '파면'이라는 중징계에 이어 김씨를 한 전 청장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했지만, 이번 판결에 앞서 지난달 10일 열린 명예훼손 관련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 명예훼손…'무죄', 파면 부당…'복직시켜라'
단순히 내부게시판에 비판의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공무원으로서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파면에 이어 고소까지 당한 김씨가 '무죄' 처분을 받고, '해임처분취소' 소송에서도 승소함에 따라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광주국세청은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광주국세청 징계위원회가 김씨에 대해 '파면' 처분을 내릴 당시 민주당 등 정치권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부당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광주청이 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까지 하자, '정권 눈치보기 위한 과잉대응', '무리한 고소'라는 등의 비판여론이 잇따랐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광주청은 지난해 6월 김씨를 '파면'하고 명예훼손으로 고발까지 하는 강수를 뒀지만, 15개월이 지난 현재 그 결과는 국세청의 참담한 패배로 끝났다.
판결이 나오자 광주의 한 시민은 "광주청은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에 김씨를 복직시켰어야 했다"며 "이번 재판은 처음부터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될 수 없는 사안이었고, '무죄' 처분은 당연한 결과물로, 늦게나마 명예를 되찾은 김씨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그 종착점은 어디?
김씨의 변호인단은, 명예훼손 건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법리해석만 남은 상황으로 대법원이 이를 뒤짚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해임처분취소' 건에 대해서도 시간과의 싸움일 뿐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현재 주변상황을 종합해 볼 때 김씨에게 다소 유리하게 전개되는 국면이다. 하지만, 결론에 도달하기 까지는 여전히 험난한 길을 예고하고 있어 최종적으로 누가 웃을지 지금은 장담하기 어렵다.
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던 검찰은 항소심 결과에 불복해 지난 12일 대법원에 상고를 했고, '해임처분취소' 소송에서 패한 광주국세청이 향후 어떤 방침을 정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광주청이 이번 결과를 수용할 경우에는 모든 법적 다툼이 원천적으로 해소되겠지만, 행정심에 불복해 항소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면 싸움의 끝은 그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또 대법원에 올라가 있는 한상률 전 청장에 대한 명예훼손 건의 결론도 어떻게 날지 현재는 안개속이다.
논란의 또 다른 중심에 서 있는 한상률 전 청장의 빈자리가 크게만 느껴지는 가운데 이 사건이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광주국세청은 법원 판결이 나오자 '법원의 판결문 내용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검토 후 항소 등 향후 일정을 추진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