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18일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환원을 골자로 한 의원입법안의 기본취지에 동의하며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논의해 법안이 신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외화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에 외국인 채권 투자에 대한 과세특례 조항을 만들고 이자소득세와 양도차익을 면제했으나 넘치는 자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사실상 과세를 다시 부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재정부는 특히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긴급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원천징수세율을 낮추거나 0%로 할 수 있는 '탄력세율'을 적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다음은 이날 외국인 채권 과세방침을 발표한 임종룡 재정부 1차관과의 일문일답이다.
■ 이번 과세전환 조치가 시행될 경우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달라질 가능성은 없나?
- 법 시행 이후 수익률은 기본 계산으로 바로 나올 수 있다. 수익률은 정부 추정치로 평균을 내기보다는 각 투자자 개인의 투자규모에 따른 계산에 의해 달리 나올 것으로 판단된다.
■ 두 의원의 발의안 모두 11월 12일 이전에 취득한 채권에는 과세하지 않는다고 나왔는데 11월 11일에 산 채권도 과세대상인가?
- 12일 이전에 취득한 것이므로 그 채권을 중도에 팔아도 이후 만기가 도래해 이자를 받아도 모두 비과세 대상이다.
■ 탄력세율안을 시행령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정부가 탄력세율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인가?
- 이 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고 단언할 순 없다. 그러나 충분히 논의할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는 법사위, 본회의 등 국회심의과정을 통해 탄력세율 적용이 법률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세법체계에 맞는 것인지 등의 논의가 추가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 두 의원이 제시한 법안이 섞여서 또 다른 형태로 법안이 발의될 가능성은?
- 국회에서 논의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국회 의원입법을 통해 채권과세 법안이 발의된 이유는? 정부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시장상황 때문에 입장이 변경된 것인지.
- 그렇지는 않다. 평소에도 정부는 외환유동성을 관리해 오면서 외국인 채권 과세전환에 대해 검토하는 중이었다. 지난번 국정감사 때도 여러 의원님들이 외국인 채권 비과세 부분에 대해 많이 지적해 왔기 때문에 보다 신중히 검토 중이었다.
■ 법안이 연내 추진될 계획인가?
- 확정된 상황은 아니지만 가급적 빠르게 추진되도록 국회 입법과정에 협조하는 등 노력할 계획이다.
■ 이번주 초에 시장에 참가한 투자자들은 불만이 있을 것 같은데.
- 현 시점에서 가장 명확한 과세시점은 법안을 제출한 날짜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 후 투명하게 집행되기 위해선 법안을 제출한 날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포일로부터 과세하게 된다면 의도적인 추가차익을 노리는 세력이 생기게 마련이다. 오늘 채권시장 상황도 이 조치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일정부분 도출된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시장에 가장 나쁜 영향을 주는 조치는 순간적으로 지나친 충격을 주는 조치다. 시장이 점차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조치가 좋다. 이번 조치는 이전에 상당부분 논의가 된 내용이기 때문에 시장에서도 일정부분 대응할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만약 탄력세율 적용된다면, 시행령으로 정해질 것인데 법안이 통과되어야 가능해 질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법안 심의 시기의 속도는 얼마나 빠를 것인지? 외국에도 이런 조치를 한 선례가 있는지.
- 최근 태국이 이런 방식으로 과세로 전환했다. 태국의 법체계가 법과 시행령으로 구분된 것인지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지만, 태국의 경우 정부가 정한 날짜에 시행되도록 조치했다. 만약 통과된다면 금융시장 상황이 급격하게 변동된다고 판단될 겨우 탄력세율을 시행령에 규정해서 조치될 수 있도록 대응할 방침이다.
■ 이번 조치가 세계 모든 국가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조치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우리와 면세조약을 체결해서 이번 조치에 대한 영향이 없다. 개인적으로 올해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왔던 룩셈부르크 자본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는데 개별국가와 관련된 대응책과 정부 입장은?
- 지적한바와 같이 우리가 법을 변경해 다시 14%로 외국인 채권 이자소득에 과세를 하게 되더라도 각 국가와 이미 별도로 맺은 조세협정(비과세 협정 등)이 있다면 그 조세협정이 우선 적용된다. 예를 들어 미국과는 12%세율을 한계로 조세조약을 맺었는데, 이 경우에도 이법이 통과되더라도 기존에 체결했던 12% 세율이 적용된다. 우리와 비과세협정을 맺은 나라는 계속 비과세될 것이다. 대체적으로 우리와 조세협정을 맺은 각 국의 조세율은 평균 10% 내외로 정해져 있다.
■비과세 조치 취한 게 WGBI 편입을 고려한 부분도 있지 않았나.
- 물론 비과세 조치가 WGBI 편입되는데 주요한 고려요인의 하나이긴 하지만 그것에 따라 되고 안되고가 결정되는 것 아니다. 비과세 되기 전에도 후보국이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 한국이 필요할 때는 외국자본 유치하고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이면 국제 신인도가 떨어지는 것 아닌가.
- 정책을 달리함으로써 생기는 논란보다, 우리 경제 시스템 리스크 커지는 것을 막는게 우리의 가치를 더욱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서울정상회의에서 합의된 것처럼 신흥개도국은 과도한 자본유입을 방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국제적 합의하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제적 신용도가 떨어질 우려는 없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