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39) 전 청와대 대변인이 KT 콘텐츠전략 담당 전무로 영입된 것과 관련해 정가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잘나가는 청와대 대변인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KT는 지난 1일 그룹의 장기적인 콘텐츠 전략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최적화하기 위해 콘텐츠 전략담당직을 신설했으며, 이 자리에 김은혜 전 대변인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1993년 이화여자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김은혜 전 대변인은 1993년부터 2008년까지 16년간 문화방송 기자로 일했으며, 2008년 청와대로 자리를 옮겨 지난 7월까지 제1부대변인과 제2대변인을 차례로 역임했다.
하지만 IT나 콘텐츠 관련 업무 경험은 없다.
바로 이 지점에 정가 안팎의 비판은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와 KT가 전문성도 없는 김은혜 전 대변인을 위해 자리를 만들어 낙하산으로 내려 보냈다'는 곱지 않은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민주당 문방위원들은 "민영기업마저 정권의 전리품으로 간주하는 MB정권의 위장 비즈니스 프랜들리에 개탄한다"며 "낙하산 인사를 철회하고, 기업에 대한 인사개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연평도 사태가 터진 김에 밀린 숙제 하느라 청와대가 여념이 없다"며 "이러고도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말한다면, 임기를 채우는 걸음 그 뻔뻔함이 너무 무겁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KT 내부에서도 자조 섞인 비판들이 나온다.
한 고위관계자는 "밤낮없이 일한 후배들 중에서도 중역이 되지 못하고 퇴사하는 이가 절대 다수인데, 단지 줄 하나 잘 섰다는 이유 만으로 이런 인사를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애초 부사장급이 논의됐지만, 외부 시선을 의식해 직급을 낮춘 것으로 안다"며 "그나마 부사장이 아닌 전무로 모시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꼬았다.
일단 인사는 마무리가 됐지만, 관련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 관련 인사가 KT에 지속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서 KT에 입성한 친이계 인사는 이석채 회장, 이춘호·허증수 사외이사, 석호익 부회장, 서종렬 미디어본부장, 이태규 경제경영연구소 전무, 김규성 KT엠하우스 사장, 김은혜 콘텐츠 전략담당 전무 등이다.
이들은 대선후보 캠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청와대 등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하면서 현 정부를 뒷받침해왔다.
MB의 측근들이 자리를 주고받으며 생명을 이어가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가 이번 논란을 더욱 더 증폭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김은혜 전 대변인은 KT 전무로, KT의 서종렬 미디어본부장은 한국인터넷진흥원장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김희정 원장은 청와대 대변인으로 각각 자리를 옮긴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