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를 끝으로 살풍경을 연출했던 여야 관계가 급랭하면서 개헌, 감세,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도 당분간 휴지기를 맞을 전망이다.
100일간의 정기국회를 끝내면서 여야 모두 전투력이 소진된데다 야당은 장외투쟁에, 여당은 개별 의정활동에 나서면서 이슈집중이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우선 개헌론은 새해 예산안이 처리된 다음날인 9일 여권에서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가 멈칫한 상태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의 개헌론 재언급에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싸늘하게 반응한 까닭이다.
특히 개헌론에 유연한 입장이었던 박지원 원내대표는 10일 "나도 개헌 찬성론자였지만 이제 물리적,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등을 돌렸고, 이회창 대표도 "지금은 개헌론보다 자숙할 때"라고 일침을 놓았다.
여기에는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한 `격앙'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개헌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려면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만큼 야당의 반대를 되돌리지 않는한 개헌론은 동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의 한 의원은 12일 "이번 예산안 처리에서 드러나듯 현 구조에서는 국회가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분권형 개헌을 거듭 주장했다.
개헌론의 불씨는 계속 살아있으며, 나아가 여야 냉각기가 지나면 여권이 개헌 관철을 위한 대야(對野) 설득을 재개할 수도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여권내 논란거리인 감세 문제도 일단 수면 밑으로 잠복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지난 7일 소득세.법인세 추가감세 조정문제를 올해 결론 내지 않고 내년으로 넘기기로 결정하면서 40일여 정치권을 달군 감세 논쟁은 일단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여권에서 감세철회를 첫 제기했던 정두언 의원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식으로 감세 문제에 대한 법안을 내겠다"고 말해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한미FTA 비준논쟁도 빨라야 내년 1월 이후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FTA 추가협상 결과에 대한 국회비준 절차가 시작되려면 추가협상 합의에 대한 문서화, 국무회의 의결이 선행돼야 하는데 법률문서에 대한 양국의 서명 시점이 올해말∼내년초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비준 시간표에 함께 고려되고 있는 미국 행정부의 비준안 제출 시점역시 내년 1월말∼2월초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점도 `여유'를 주고 있다.
그러나 한미FTA는 여야의 입장차가 첨예한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어 이같은 견해차를 자극할만한 변수에 의해 언제든지 논쟁이 폭발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