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등 주택의 시가를 알 수가 없을 때, 기준시가에 의해 세금을 계산하되 유사한 매매사례(상속의 경우 6개월 이내, 증여의 경우 3개월 이내) 존재여부가 확인될 경우 이 가액(유사매매사례가액)으로 세금을 계산하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납세자가 기준시가 1억원 짜리 아파트를 증여 받아 증여세(과표 1억원)를 납부했더라도 사후검증 과정에서 과세당국이 1개월 전 같은 아파트 단지, 같은 평형 아파트가 2억원에 매매된 사례를 발견하면 과세당국이 직접 증여세 과세기준을 2억원으로 산정해, 세금을 추가로 과세하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매우 애매한 기준입니다. 주택, 특히 아파트의 경우 특성상 동.호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층간 가격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소위 '로열층'과 그렇지 않은 층의 가격은 적게는 백만원, 많게는 천만원대 가격차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납세자가 유사매매사례를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는 점까지 겹쳐, 해당 제도 자체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상당히 높습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A씨의 사연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세대 주택 1층을 증여 받은 뒤 기준시가로 세금을 냈지만 과세당국으로부터 세금을 더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특이한 점은 과세당국이 내민 '유사매매사례가액'이 바로 아래 층인 지하 1층 주택이었다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지상층이 지하층보다 비쌉니다. 그렇다면 A씨가 제기한 과세불복에 대한 심판원은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요.
□ 국세청 "세금 내라"-납세자 "못 내겠다"= 지난 2009년 6월 장모로부터 재개발지역 소재 다세대주택 1층을 증여 받은 A씨는 해당 주택 공시가격 6000만원을 증여재산가액으로 삼아 같은 해 9월 495만원의 증여세를 신고·납부했습니다.
날벼락이 떨어진 것은 올해 초, 국세청은 A씨가 증여 받은 주택의 아래 층인 지하 1층이 2009년 5월 8350만원에 매매됐다는 사실을 발견, 현행 법에 따라 이 가액을 시가로 판단해 252만원의 세금을 더 내라고 고지서를 보냈습니다.
A씨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지상 1층과 지하 1층은 조망권이나 일조권, 습기 등으로 인해 거래가액이 사회통념상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특히 자신은 재개발 조합설립인가일 이후 주택을 증여 받아 조합원 자격이 없어 가격이 하락추세에 있음에도 거래가액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변했습니다.
과세당국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비교 대상인 두 주택의 조망권이나 일조권, 습기 등으로 조건이 비슷하지 않다고 하지만 A씨의 주택은 지하1층과 같은 동의 같은 위치와 방향, 동일 면적으로 재개발지역은 주택 층수가 가격변수의 큰 요인이 아닌 점을 감안할 때 지하 1층의 매매사례가액을 A씨 주택 시가로 보고 증여세를 과세한 처분은 정당하다고 맞섰습니다.
□ 심판원, '인용'결정…"유사매매사례가액 엄격 적용"= 언뜻 A씨의 주장보다는 과세당국(국세청)의 주장이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심판원은 과세당국의 논리를 뒤엎고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비교대상인 지하 1층을 A씨가 증여 받은 주택의 시가로 보기 위해서는 비교대상 재산의 가액기준이 아닌 면적·위치 및 용도 등이 동일하거나 유사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심판원은 "지하 1층과 지상 1층은 조망권, 일조권, 습기 등의 차이 때문에 (지상)1층의 선호도가 높으며, 실제로 거래가격도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이 통상적이므로 지하 1층의 매매사례가액을 시가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심판원의 이번 결정은 상당히 '의미'가 있습니다.
국고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과세당국 논리대로 과세를 적용해도 큰 무리가 없는 것이 사실이죠. 일반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하 1층 주택보다 더 낮은 가격을 증여가액으로 신고했다는 점도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목할 부분은 단순히 '매매가액'에 주안점을 둔 결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심판원은 '동일한 조건'이라는 유사매매사례가액 제도의 원칙에 충실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제도 취지에서 벗어난, 동일한 조건이라고 볼 수도 없는 주택을 유사매매가액으로 인정해 무작정 과세한 과세당국 처분에 '일침'을 가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입니다.
참고 심판결정례 : 조심 2010중29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