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세대. 이명박 대통령이 만든 신조어다. 3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신년 연설에서 그는 G20세대를 처음 언급하며 "세계를 무대로 뛰고 경쟁을 주저하지 않으며, 창조적 도전 정신에 불타는 젊은이들을 이렇게 부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후 이 대통령은 수시로 G20세대를 입에 올렸다. 절대 지존의 말에 공직사회 인사들 역시 G20세대를 함께 복창했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만든 신조어에 관심을 좀 가져달라"고 출입 기자들에게 넌지시 얘기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에게 저작권이 있는 'G20세대'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무척 시들하다.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태반은 단어 자체를 모른다고 말했고, 그 나머지는 "왜 그런 단어를 만들었냐"며 쌩뚱맞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 대통령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 규정한다고 해서 한 세대를 상징하는 단어가 쉽게 탄생하진 않는다는 점을 말이다. 우리시대 젊은이들의 정서와 고민들이 녹아있지 않은 말이 어떻게 그들 속에서 생명력을 가질 수 있겠나.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G20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미련이 관제 신조어의 모태"라고 분석했다. 북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새해 예산안 파동으로 인해 죽어버린 G20의 분위기를 애써 살리려 이 대통령이 신조어 만들기에 나섰다는 평이다.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또한 이같은 분석 외 G20세대라는 말의 탄생배경을 찾기도 어렵다. 기껏 잔치를 준비하고 손님도 잘 모셨는데 칭찬의 말을 듣기도 전에 모두가 물거품 같이 사라졌으니 이를 지켜본 이 대통령의 심정은 어땠으랴.
그러니 "자기자랑을 위해서 한가하게 말장난이나 한다"고 이 대통령을 너무 몰아세울 일은 아니다.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젊은 세대가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커갈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으니 그냥 지켜볼 일이다.
물론 전제는 있다. 이 대통령이 자기 언행을 일치시켜 스스로 G20세대라고 부르는 젊은이들의 성장 토대를 확실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떤 일에든 도전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의 장, 실패를 딛고 일어설 부활의 장은 그 대표적인 예다.
반칙과 특권이 난무하고, 그래서 '제아무리 노력해봐야 안된다'는 자조가 생길 때, 한줌의 기득권을 쥔 이들이 무리지어 다니면서 실패한 사람들의 재기를 여지없이 가로막아 버릴 때 세계를 향한 G20세대의 도전 의지는 꺾이지 않겠는가.
최근 고위공직 임명 문제를 두고 우리 사회에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지난해 말 개각으로 장관 후보가 된 이들의 자질, 도덕성에 대한 말들이 대다수다. 많은 국민들이 해당 후보들의 범법 의혹 등을 거론하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주초에 열린 국무위원 후보 인사청문회에서는 야당 의원들, 심지어 일부 한나라당 의원까지도 나서 관련 인사들의 자격에 의문을 제기했다. 불·탈법은 물론, 국민 정서를 거스른 전력도 적지 않다며 이른바 '함량 미달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연일 "논란이 되고 있는 인사들은 직무를 훌륭히 수행할 수 있는 분들"이라며 임명강행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청와대 주변에선 청문회를 마친 장관 후보들이 이달 말 장관직에 오를 것이라는 얘기가 전해진다.
국민들은 'NO'를 외치는데, 청와대는 애써 외면하며 나의 길을 가겠다는 모양새다. 낙마자는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 하나로 족하다는 것일까? 여론과 한참 동떨어진 청와대의 모습을 보며 G20세대는 과연 어떠한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분명한 것은 '공정 사회'를 기치로 내건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행동을 수반하지 않은 말잔치에 매달리며 '이중성'을 보일수록, 정정당당한 도전을 택하기보다 부정으로 얼룩진 지름길을 택하는 젊은층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무엇을 망설이는가? 진정으로 미래세대를 위한다면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하며 망설일 필요가 없지 않은가. 누구나 인정하는, 젊은 세대의 성장판을 놓기가 두렵다면 차라리 "공정사회와 함께 G20세대는 죽었다"고 선언하는 편이 낫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