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부실해결을 위해 전방위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일명 '대책반장'으로 알려진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취임일성으로 '작심'이라도 한듯 금융시장 불안요인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 의지를 밝혔다.
실제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 보름만에 삼화저축은행 한 곳을 문닫게 한 뒤 곧바로 시중은행을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우리·하나은행 등은 '수익구조 다변화' 차원에서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정부가 제시한 P&A방식의 경우 고용보장 의무가 없고 자산에 대한 선별적 인수가 가능해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라는 시각도 나온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과거 부실은행으로 낙인찍힌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쳐진 뒤 십 수년에 걸쳐 가까스로 부실을 털어 낸 은행이라는 점에서 부실저축은행 인수에 대한 적정성 의문이 따라붙는다.
민영화 대상인 우리금융지주의 지난해 9월말 총자산은 332조원으로 국내 최대규모의 금융회사다. 우리금융 민영화 추진이 10년 넘게 지연돼 온 것도 덩치와 비교해 체력이 달리는 '공룡 은행'이라는 꼬리표 때문이다.
그런 우리금융이 또다시 1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나섰으니 주가급락 등 시장은 부정적일 수밖에.
시장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의 부실저축은행 인수는 이미 투입된 12조원의 공적자금에 +α 한 것과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나은행 역시 부실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할 정도로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나금융지주는 현재 추진 중인 외환은행 인수자금 4조7000억원 가운데 절반 가량을 외부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빠르면 2월말까지 자본조달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사모펀드 참여 가능성 등 투자자 성격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앞서 하나금융은 M&A(인수합병) 실탄 마련을 위해 노조의 극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2900여억원 가량의 여의도 사옥을 매각하기도 했다.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라는 얘기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자본력 측면에서 훨씬 여유가 있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저축은행 인수에 한발 물러나 있는 모양새라는 점.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삼화저축은행 입찰에 참여할 뜻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신한금융지주도 '검토해 보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비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미 은행-비은행 자산구조에서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KB금융은 전통적으로 소매금융 부문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증권사 및 보험사 인수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금융지주사 4곳 모두 부실 저축은행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만한 실질적인 유인을 찾기 힘들다는 결론에 이른다.
굳이 외적 요인을 찾자만 민영화와 금융사 M&A의 경우 전적으로 금융당국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결론이 뒤집힐 수 있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