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무잡잡한 피부에 하얗고 가지런한 치아를 돋보이게 하는 어린 소년 같은 미소가 얼굴에서 떠나질 않는다. 대한민국 조세정책을 이끄는 주역, 기획재정부 김낙회 조세정책관(국장)의 모습이다.
김 국장(사진)은 지난 2007년까지 재정부 공무원 노동조합이 무보직 서기관(4급)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통산 4번이나 '닮고 싶은 상사'에 선정됐을 정도로 부하직원들 사이에서는 '인기남'으로 통한다.
국회일정 때문에 세제실 직원들의 투표율이 저조했던 지난해에도 투표율만 좋았더라면 한번 더 '닮고 싶은 상사'에 뽑혔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올 정도.
혹자는 김 국장에 대해 현존하는 대표적 세제통인 주영섭 세제실장의 '부드러운 성품과' 백운찬 국무총리실 조세심판원장의 '카리스마'를 적절하게 섞어놓은 인물로 평가한다.
그가 조직이나 주변에서 두루두루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할 있는 것도 이런 유연성과 넉넉함 때문이다.
□ 행정고시 '3수' 끝에 합격
그는 세제실에서 보기 드문 '충청도 사람'이다. 충북 괴산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청주에서 보냈다. 당시 충북 지역의 명문이었던 청주중과 청주고를 졸업했다.
이후 한양대 행정학과에 진학하면서 서울로 거처를 옮겼다. 그가 공무원이 되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행정고시를 준비하던 시점은 대학교 3학년 때부터다.
그러나 그가 행정고시에 합격하기까지는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22살 때 행정고시 공부를 처음 시작해 25살이 되던 해에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당시에는 행정고시가 3일에 걸쳐 진행됐는데, 첫 번째 시험에서는 전공과목이었던 '행정학'에서 점수가 저조해 아깝게 소수점 차이로 낙방해야 했다. 아까운 마음에 두 번째 시험을 쳤지만 결과는 과락. 결국 세 번째 응시한 끝에 행시 27회 합격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3년을 고생한 끝에 합격한 공무원 생활이 처음에는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1985년 연고가 없는 북대구세무서에 처음 발령을 받고 총무과장(現 운영지원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생각보다 한가한 생활에 허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1년 뒤 군생활을 장교로 시작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는 3년간 전방 GOP에서 근무하면서 100km 행군에 질려 지금도 등산이라면 손사래를 치지만, 현재 세제실 축구동호회 단장을 맡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한다.
□ 조세협상의 달인으로 '우뚝'
군 복무를 마치고 1989년 국세청으로 복귀했지만, 적성을 찾은 것은 1993년 재정경제부 세제실로 이동하면서부터다. 영국 유학생활과 국민경제자문회의 파견, 재정부 국고국 재정정보과장을 지낸 것 외에는 오로지 '세제맨'으로만 일을 해 온 세제전문가다.
세제실에서도 소비세제과장, 소득세제과장, 조세정책과장 등 요직을 섭렵하면서 전문성을 더욱 배가시켰다.
2005년 소득세제과장으로 근무할 당시에는 근로장려금(EITC) 제도의 기틀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으며, 2006년에는 출산장려를 위해 소수자 추가공제를 폐지하고 다자녀 추가공제를 새롭게 도입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이후 세제실 핵심 주무과장인 조세정책과장으로 근무하면서 '부이사관'으로 승진했고, 2007년말에는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에 조세분야 비밀요원으로 투입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기존의 조세정책과 기조를 달리하며 대대적인 감세정책을 시행했던 만큼, 세제전문가로 투입된 그의 역할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이다.
이후 세제실로 컴백, 국장급인 조세기획관으로 승진하면서 당시 23회∼24회로 포진된 세제실 국장급의 기수를 껑충 끌어올렸다.
그러나 고위공무원단 운영방식 때문에 국장자리에 앉고도 2년 반이나 고위공무원 직위승진을 하지 못해 직무대행 꼬리표를 달아야만 했던 아픔도 있었다. 2008년 3월 조세기획관으로 승진했지만 고위공무원 직위승진은 2010년 10월에야 할 수 있었다.
조세기획관은 조세협상을 주로 하는 자리. 발빠르게 다니며 아프리카, 중남미 등의 국가와 조세협상을 맺은 덕분에 원래 까맣던 피부가 더 까매지기도 했다.
한 번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와 조세협상을 맺으려고 출장을 준비하던 중에 갑자기 마다가스카르에 반군폭동이 발생해 출장을 취소한 적도 있었다. 역외탈세차단을 위해 중요했던 한·스위스 조세협상 개정을 이끌어 낸 것도 그의 공이 컸다.
국제무대에서 조세분야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노력 덕분인지 그는 2009년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재정위원회(CFA) 이사회 비상임이사로 선임(겸직)되기도 했다.
□ '축구단장'에 '바둑'은 수준급
건강한 미소의 비결은 운동이었다. '세제실 축구단장'은 그가 맡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직책.
세제실에는 유독 축구를 좋아하는 직원들이 많은 탓에 친선 축구모임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김낙회 세제실 축구단장은 소속 회원들이 경기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을 때에는 따끔하게 혼을 낼 정도로 열정적이라고 한다.
그의 협상의 능력은 바둑실력에서 나왔는지도 모른다.
그는 아마추어 4급 정도로 과장 시절만 해도 웬만한 사람과 대작하면 승률 100%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바둑보다는 축구나 골프를 하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배우자 김호지원 씨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군 생활 중인 아들에게는 전방부대 출신답게 엄한 아버지로 통한다.
[약력]
▲1959년 충북 괴산 ▲청주고-한양대 행정학-영국버밍햄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행정고시 27회 ▲북대구세무서 총무과장, 재정경제부 국고국 재정정보과장, 세제실 소비세제과장, 세제실 소득세제과장, 세제실 조세정책과장, 세제실 조세기획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재정위원회(CFA) 비상임이사, 세제실 조세정책관(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