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전 서울부시장에 돈 준 혐의는 '무죄'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27일 뇌물공여 및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조세포탈 등 혐의로 기소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6월과 벌금 30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은 탈루한 양도소득세를 계산함에 있어서 `선입선출법'에 의하고 휴켐스가 세율 20% 내지 30%를 적용받는 법인이라고 전제했는데, `후입선출법'을 적용했어야 하고 휴켐스는 세율 10% 적용대상인 중소기업이라 포탈세액 산정에 오류를 범했다"고 밝혔다.
박 전 회장은 세종증권ㆍ휴켐스 주식 차명거래에 따른 양도소득세 44억여원과 홍콩법인 APC에서 차명으로 받은 배당이익의 종합소득세 242억여원 등 총 286억여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또 박 전 회장의 혐의 가운데 이상철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모 월간지 대표로 재직하던 2007년 2월 태광실업과 휴켐스 관련 기사를 잘 써달라며 2만 달러를 건넨 혐의(배임증재)를 다시 판단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상철에 대한 배임증재죄에 대해 상고이유를 주장하지 않았지만 동일한 내용으로 배임수재죄로 기소된 이씨에게 무죄판결이 확정됐으므로 서로 모순되지 않게 이 부분도 함께 심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전 회장은 항소심에서 이 부분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이 전 부시장은 항소심에서 "박씨가 갈수록 상세하게 진술하는게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아 같은 사건을 두고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렸고 이 전 부시장의 무죄 판결은 이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밖에 박 전 회장은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를 태광실업이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할 수 있게 도와달라며 20억원과 미화 250만 달러를 정대근 전 농협회장에게 건넨 혐의와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택순 전 경찰청장 등에게 뇌물을 준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해 징역 3년6월에 벌금 300억원을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탈루했던 세금을 모두 납부한 점과 20여명에 이르는 관련자들의 재판에 성실히 임한 점 등을 참작해 징역형을 2년6월로 낮췄었다.
이날 대법원은 특가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농협회장에게는 징역 5년에 추징금 51억여원을, 입찰방해죄로 기소된 오세환 전 농협 상무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정 전 회장의 혐의 가운데 세종캐피탈로부터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토록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50억원을 받았다는 부분은 무죄를,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남경우 전 농협 축산경제 대표와 김형진 세종캐피탈 회장에 대해서도 무죄를 확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