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마침내 부동산 가격을 잡고자 만지작거려왔던 비장의 카드를 던졌다.
작년 후반부터 애드벌룬을 띄우며 시장과 여론의 추이를 면밀히 탐색해오던 중국이 28일부터 부동산 재산세를 상하이, 충칭에서 시범 부과키로 했다.
중국 정부는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위해 작년 금리 인상, 주택자금 대출 요건 강화, 가구당 구입 주택수 제한 등의 조치를 잇달아 내놓았다. 올해에도 26일 주택을 2채째 매입할 경우 먼저 주택가격의 60%를 납부해야 나머지 40%를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한 자기부담비율 상향조정 조치를 취한 지 하루만에 부동산 재산세 부과를 전격 발표했다.
부동산 재산세 부과는 중국정부가 지금까지 취한 부동산 억제정책중 가장 강력하면서도 사회적 파장이 큰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이전에 내놓은 정책들은 집을 새로 사는 데 드는 비용이나 부담을 늘려 집 수요를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조치는 자신이 사는 집 이외의 주택 보유에 새로운 부담을 지움으로써 시장에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데 주안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간 중국에선 집을 몇 채를 보유하든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수십채의 집을 가진 경우가 적지 않다. 자기부담 비율이 낮고 집값도 상대적으로 쌌던 3-4년전만 해도 한꺼번에 10채, 20채씩 아파트를 사재기했던 사람들이 많았다.정확한 통계는 잡히지 않았지만 다주택자들이 적지 않고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수도 상상외로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집값이 크게 오른 최근 1-2년 간 새로 분양된 아파트 역시 상당부분 다주택자들이 매입하면서 가격을 올려놓은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전하고 있다.
재산세 부과는 주택가격 상승의 주요 배후 요소로 꼽혔던 이런 다주택자들에게 직접적인 충격파를 안겨준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주택 시장 흐름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산세는 이들이 새로 주택을 구입하기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갖고 있는 주택을 내놓도록 하는 데 상당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들이 적지않은 재산세를 물면서까지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적지않은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산세부과 조치로 시장에 매물이 증가할 것은 확실해 보인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는 수준을 넘어 거품 붕괴로까지 갈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만에하나 이번 조치가 도화선이 돼 부동산 시장이 무너진다면 중국 경제 전체도 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돈맛을 안 중국인들에게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는 데 따른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금은 당사자들에게 직접적인 부담을 가하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세금을 새로 물게 되는 다주택자로서는 정부의 정책에 억하심정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산세 부과 조치는 집이 없거나 1채밖에 없는 서민들에게는 환영을 받겠지만 중국사회에서 기득권층이라 할 수 있는 다주택자들이 불만세력화 되는 경우 사회의 내부적 불안도도 높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중국정부는 재산세를 부과하면서 매우 세밀한 작업공정을 거쳤다.
무엇보다도 작년 하반기부터 재산세 부과방침을 흘려 시장과 여론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한 뒤 재산세 부과방침을 최종 결정하는가 하면 구체적인 재산세 부과내용에서도 파장을 최소화 하려고 상당히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우선 상하이와 충칭에서 시범도입한 뒤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나 고급주택이나 다주택자만을 대상으로 한 점, 세율에 차등을 둔 점 등에서 이런 고심의 흔적이 드러난다.
현지 전문가들은 주택보유자의 90%이상은 이번 재산세 부과조치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신화통신 등 현지 매체들도 주택 시장 진정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는 등 우호적인 시장분위기를 만들어 내려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정부 역시 이번 조치가 당초 의도했던 선을 넘어 시장에 과도하게 충격을 주거나 아니면 별무효과로 끝나지 않도록 추이를 면밀히 관찰하며 후속대책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억제조치 속에서도 상승세를 멈추지 않았던 주택가격은 최근 상승폭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廣州) 등 4대 도시의 집값은 전년대비 23~42% 급등했지만 올해에는 이와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잇따른 부동산 억제조치를 내놓고 있는 데다 올해 경제도 과열국면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올해 중국 부동산 상승폭은 과거의 절반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