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을 포함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통틀어 4급 이상 공직자들은 매년 2월이 되면 지난 1년 동안의 재산변동 사항을 꼼꼼하게 작성해 소속 기관 및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제출, 재산변동 과정의 적절성을 검증 받고 있습니다.
국세공무원들도 요즘 정기재산변동 현황 신고라는 업무 아닌 업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특히 다른 부처와 달리 국세청은 7급 이상 전원이 재산변동 신고 대상입니다.
검찰과 경찰, 감사원 등 다른 사정기관들도 마찬가지인데요. 이에 따라 전체 국세공무원 중 절반이 넘는 1만1000여명이 재산변동 현황 신고에 매달려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서기관급 이상 공직자들도 다르지 않겠지만, 6·7급 등 하위직 국세공무원들은 재산변동 현황 신고에 대해 '불평'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일단 귀찮고 짜증나는 일인데다 부모 재산까지 일일이 신고를 해야하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죠.
물론 '고지거부'라는 효과적인 회피방법이 있긴 합니다. 현행 규정상 부모가 일정액 이상의 소득(도시지역 월 79만8000원, 농촌지역 월 59만1000원)이 있다면 부모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아도 됩니다.
재산신고를 하는 국세공무원 개개인이 고지거부를 한다면, 안 받아 줄 수 없는 노릇입니다.
다만 국세청은 국세공무원들의 부모 재산 고지거부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언론보도가 나올 경우 찜찜한 오해로 연결되기 때문에 상당히 거북스럽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많은 6급과 7급 국세공무원들의 부모는 일정한 소득을 벌어들이며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고지거부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국세청의 해명입니다.
재산공개 때문에 여러 가지 웃지 못할 경우를 당하는 이들도 많다고 합니다.
심지어 재산공개 과정에서 배우자가 숨겨둔 '비밀통장'에 꽤 큰 액수의 돈이 입금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혼직전까지 갈 만큼 부부싸움을 한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한 국세공무원은 "재산신고 때문에 부모님에게 재산 보유상황을 알려달라고 하면, '공무원은 넌데 왜 내 재산을 알려달라고 하느냐, 싫다'고 하시더라. 비슷한 케이스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 그러니 '고지거부'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