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내달 3일 치러질 납세자의 날 행사에서 산업훈·포장 및 대통령·국무총리표창 등 정부포상 후보자 7개 업체를 최근 공개했다.
케이파워(주)를 비롯해 ▲한국델몬트후레쉬프로듀스(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주) ▲한국존슨앤메디칼(주) ▲모빌코리아윤활유(주) ▲(주)케이에이치바텍 ▲(주)중외제약 등이 모범납세자로 추천한 정부포상 후보업체.
관세청은 이들 업체들이 관세납부 및 국가재정확보에 기여하고 각종 정부시책에 적극 동참, 정부포상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공개검증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세일보 취재결과 이들 7개 업체 가운데 2곳은 '공정사회'를 지향하는 정부정책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쉽게 확인, 이들이 과연 정부포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심되는 후보업체가 2곳이나 됐다. 관세청이 공개검증을 제대로 벌였는지 의심이 되는 대목이다.
정부포상이 가진 의미는 각종 정부정책에 잘 따르고 국가경쟁력이나 사회발전에 기여한 공로 등에 대한 적절한 포상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하자는 것.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공정사회구현'을 위해 제약회사 등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각종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뽑기 위한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리베이트로 수십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회사에 대해 정부포상이 이뤄지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은 기대할 수 없다.
■ 정부정책과 정부포상은 별개?…관세청 왜 이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7년 제약회사들의 리베이트를 통한 불공정거래관행을 뿌리뽑기 위한 대대적인 조사를 벌여, 중외제약 등 10개 제약사에 대해 200억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제약사에 부과된 과징금은 한미약품이 50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동아제약 45억원 ▲중외제약 32억원 등의 순서였다. 중외제약은 이번 관세청의 모범납세자 후보자명단에 이름을 올린 회사.
이들 업체들은 공정위 과징금부과에 대해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법정소송까지 불사하며 끝까지 반발했다.
2010년 12월 대법원은 이들에 대한 최종 상고심에서 중외제약에 대해 32억원에 달하는 공정위의 과징금부과는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가 당시 중외제약에 과징금을 부과한 이유는 이 회사가 거래처 병·의원 의사와의 유대강화 등을 통한 자사 의약품 처방증대를 위해 골프 및 식사접대, 학술대회 참석예정 의사에게 항공권 구입지원 등 부당한 고객유인행위를 했다는 것.
공정위에 따르면 중외제약은 경쟁업체인 종근당 및 씨제이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방어한다는 명목으로 춘해병원과 서울성모내과에 매출 또는 수금할인을 하는가 하면, 경북대병원에는 병동운반비 지원과 함께 골프접대까지 했다.
공정위는 이 외에도 중외제약이 공정거래법을 어기고 자신의 지주회사 주식 7%를 소유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0월 경고조치를 했다.
이 회사는 또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문제가 불거진 곳. 식약청은 지난해 말 중외제약이 제품의 용기나 포장에 인식돼 있지 않은 바코드를 표시한 것을 적발, 약사법 위반 혐의로 품목판매업무정지 15일 조치를 내렸다.
정부가 매년 3월 3일을 납세자의 날로 지정하고 국세와 관세를 성실하게 납부한 납세자에 대해 정부포상을 벌이는 이유는 이들의 성실납세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것.
그러나 국세청이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리베이트 제공혐의로 과징금이 부과된 업체에 대해 관세청 차원에서 포상후보자로 추천한 부분도 석연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관세 3055억원을 냈다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주)는 지난 2007년 딜러들에게 자신이 제시한 소비자판매가격을 준수하도록 강제해 공정위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