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우리·신한·하나 은행
어윤대式 영업력 강화 '드라이브'…경쟁사 자극 지적도
국내 금융권이 KB금융의 영업력 강화 '드라이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구도개편까지 앞두고 있어 올 한해 금융권 실적경쟁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 KB카드 분사…카드大戰 '촉매제' =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국민은행의 카드사 분사를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내달 설립주주총회를 거쳐 'KB국민카드'를 공식 출범시키고 자회사로 편입시킨다는 계획이다.
KB국민카드의 지난해말 총 자산은 12조4000억원, 회원수는 1051만명으로 신한카드에 이어 업계 2위권이다. 이번 KB금융의 KB국민카드 분사는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쏘아올린 첫 신호탄 성격이 강하다.
앞서 어윤대 회장은 현재 10% 수준에도 못미치는 비은행 사업비중을 2013년까지 3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복안을 내비쳐 왔으며, 증권 및 보험부문의 경우 M&A(인수합병) 전략을 병행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혀 왔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KB금융의 우리투자증권 인수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어 회장은 개인금융에 편중된 국민은행의 자산구조 개선을 꾀하는 한편, 올초 신설된 '성과향상추진본부' 등을 통해 전방위 실적압박을 가하는 등 경쟁 금융사들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KB금융의 경우 어 회장 취임 첫 해인 지난해 경쟁사와 비교하기조차 민망한 실적을 기록한 만큼 올해에는 기대 이상의 가시적 성과를 내야하는 상황"이라며 "시장 여건만 조성된다면 KB금융이 올해 M&A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 쏠림현상 따른 '출혈경쟁' 우려 =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비은행 부문 강화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직전까지 매년 반복돼 온 화두였다.
시중은행의 주 수익원인 가계대출이 금융위기 직전까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면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이다. 이 때문에 대형 금융지주사들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진출 또는 비은행 부문 확대가 절실하다는 인식을 함께해 왔다.
그러나 해외시장 진출의 경우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수익창출까지 적잖은 시간을 요한다는 점에서 2~3년 임기의 경영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지난해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이 금융위기 직전 BCC 지분투자에 따른 손실로 감독당국으로 '문책경고'를 받았던 전례는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을 더욱 위축시켰다는 지적이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역시 임기중 중점추진 사항으로 민영화 및 비은행부문 강화를 꼽았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 역시 카드사 분사를 목전에 두고 있으며, 농협도 중장기적으로 카드사 분사 추진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앞서 하나금융은 지난해 '하나-SK카드'를 출범시킨 바 있으며, 현재 추진 중인 외환은행 인수가 마무리될 경우 하나금융의 카드시장 점유율은 10%대로 뛰어오르게 된다.
그러나 금융지주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국내 금융시장의 최대 불안요인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카드대란'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말 기준 카드론 대출잔액은 24조9000억원으로 5년만에 3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7~8등급 저신용자들을 중심으로 카드발급이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시중금리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경우 카드시장 역시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카드사들이 카드론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신용판매 수익이 줄었다는 점에서 '쏠림현상'에 따른 출혈경쟁 우려도 낳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금융당국도 각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 증가에 제동을 거는 한편, 카드사의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에 대한 대손충당금 최소적립비율을 조만간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KB국민카드 분사와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카드업계 재편에 따라 경쟁이 격화될 조짐"이라며 "과당경쟁으로 시장 질서를 흐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