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등 "이번에는…" 청문회 통과 자신감
야당 "회전문·보은인사다" 송곳검증 다짐
16일 단행된 감사원장 인사와 관련, 양건 내정자가 정식 임명돼 5개월에 걸친 감사원장 공백 사태를 종결시킬 수 있을지 정가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양 내정자는 17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별관에 있는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감사원장에) 정식 임명을 받는다면 정권 후반기에 통상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공직 기강 해이를 막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장직 수행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어 "앞으로 절차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후보자 입장에서 입을 여는 것이 상당히 조심스럽다"며 "청문회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수장 공백 상태를 경험하고 있는 감사원 측은 양 내정자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정동기 전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무대에 서보지도 못한 채 중도 낙마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반응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를 감안, 고르고 또 고른 인물인 만큼 지난번의 악몽이 재연되는 일은 없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와대 역시 전관예우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는 법조계 인사 등을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무난한 학계인사를 발탁했기 때문에 인사파동이 거듭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15일 오후 실시된 예비청문회 등 청와대 내부 검증에 한층 신경을 썼기 때문에 양 내정자에 대한 국회검증 과정에서 큰 문제가 불거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하지만 야당들은 "청와대의 검증 문턱은 낮지 않느냐"며 송곳 검증을 다짐했다.
눈에 띄는 검증대상으로는 재산 문제가 있다. 양 내정자의 부인은 지난 2005년 아무 연고도 없는 강원도 원주의 임야를 지인들과 함께 매입했다.
이와 관련해 양 내정자는 '은퇴 후 전원주택용'이라고 해명했고, 청와대도 투기와는 무관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문 표절도 검증 소재 중 하나다. 일단 양 내정자와 청와대 측은 주석없이 자기 논문을 재인용한 사례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는 1990년대 학계의 관행이었다며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채 넘어갔다.
야당이 이들 사안보다 더 주목하는 것은 지난 2008년 초대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임명됐던 양 내정자가 이듬해 8월 중도사퇴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양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쇄신에 일조하겠다"는 점을 자진사퇴의 이유로 들었지만, 일각에선 권력 실세인 당시 이재오 전 의원에게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물러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이를 기억하는 야당은 16일에 이어 17일에도 "청와대의 의중을 알아서 중도 사퇴하는 사람이 국가기관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추상같은 기지가 필요한 감사원장 자리에 과연 적합한 분이냐"(민주당 전현희 대변인)며 공세를 이어갔다.
특히 민주당의 박지원 원내대표는 "감사원장직에 오르더라도 또 다른 실세가 나서 하겠다고 하면 중도에 사퇴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자기 식구들만 찾는 이명박 정부 인사에 대해 민주당은 다시 한 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국민과 함께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