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채권 비과세법안과 관련한 논란이 뜨겁다.
이슬람채권 비과세법안은 기획재정부가 외화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지난 2009년 오일머니 등 다양한 외화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이른바 수쿠크(Sukuk)로 부르는 이슬람채권도 다른 외화채권과 마찬가지로 발생소득에 세금을 면제해주자는 의미에서 도입을 추진했다.
이슬람 율법을 준수하는 이슬람 국가에서는 이자수수를 금지하고 있어 채권을 발행하면 이자 대신 별도의 가상거래를 통해 임대료나 수수료를 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고, 이 때문에 달러 등의 다른 외화채권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이자소득세를 면제받고 있지만, 수쿠크에는 세금면제 혜택이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급성장하는 이슬람 금융시장을 선점하고 오일머니를 확보하는 한편, 여타 외화채권과의 과세형평의 차원에서 조세특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반발이 적지 않다. 법안이 국회에서 계류된지도 어느덧 2년째다.
이슬람 율법에 따르는 금융구조를 대한민국 법률에서 인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종교적'인 반발이 그 핵심이다. 또 테러자금 유입 가능성이나 과도한 세금혜택이라는 반대의견도 있다.
정책의 도입에 있어 찬반논쟁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최근 수쿠크와 관련된 논쟁의 흐름 속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된다. 경제적인 문제가 너무 종교적으로 급속히 치우쳐가고 있다는 점이다.
반대를 하는 종교인들은 종교적인 반대가 아니라고 하지만, 반대의 논리와 반대의견을 제기하는 정황들은 너무나도 종교적이다.
법안심사과정에서 반대를 해 온 국회의원들이 모두 절실한 특정종교 신자인 점은 '종교와 무관하다'는 답변에 신뢰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하고, 일부 의원은 스스로 종교계가 반대하고 있다고 자인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종교단체 대표들이 정치권을 직접 찾아가서 정부 정책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은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더구나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니 협박의 수준이 심각하다.
사태가 이러니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종교문제 때문에..."라고 소신을 숨기는 사람이 늘고 있고, 제도의 논의과정에서 종교의 힘이 발휘될 조짐이 보인다.
이번 논란의 해결방법은 종교문제가 아니다. 해법은 복잡한 듯 하면서도 사실은 명확하다.
과세형평에 문제가 있는지, 과도한 세금감면이 문제가 되는지,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식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지, 테러자금으로 흘러갈 가능성은 얼마나 있고,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인지 등 정책을 입안한 정부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정직하게 고민해서 풀어나가면 된다.
특정 종교단체가 협박해서 제도도입을 좌지우지하겠다는 행태는 있어서도 안되고, 거기에 흔들리는 정치권이 되어서도 안될 일이다.
대한민국은 기독교국가도 아니고 불교국가도 아니고 이슬람국가도 아니다. 종교의 자유가 있는 국가이다. 또한 협박의 주체인 종교인들 스스로도 밝히는 것처럼 이번 문제는 종교의 문제가 아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종교계가 개입해서 논리전개에 흙탕물을 씌우고, 그 때문에 진실이 왜곡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에도 흙탕물이 드리워질 것이다.
모든 국민은 납세의 의무가 있지만, 유독 종교인 과세문제만 수십년간 입도 뻥끗 할 수 없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