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분야 중간관리층 대폭 교체 '관전포인트'
국세청이 20일 복수직 서기관(4급) 28명, 사무관(5급) 556명 등 총 584명에 대한 정기 전보인사를 21일(월요일)자로 단행했다.
전체 복수직 서기관 및 사무관 정원의 49.7%가 이번 정기 전보인사를 통해 자리를 바꿔 앉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해 10월 발표한 사무관 승진 내정자 112명 중 80명이 세무서 과장 및 과장 직무대리로 임명됐으며 기획재정부(3명)와 조세심판원(6명) 등과도 교류인사를 통해 사무관급 직원들을 주고 받았다.
지난해 이현동 국세청장 부임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단행한 이번 사무관급 전보인사는 앞으로 인사운영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인사의 '예측가능성'과 '실력우선주의'를 인사의 원칙으로 뿌리내리겠다는 국세청장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
또한 전통적으로 '승진자리'로 인식되어 온 요직간 이동이나 인사위원회를 통해 만든 원칙에 어긋나는 '예외'를 최소화, 이 국세청장이 취임시 천명했던 '일 잘하는 국세청'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흔적도 역력하다.
다만 수도권 및 비수도권 교류확대 의지와 필요성에 대한 인사권자와 인사 대상자들간 '소통' 부족으로 다소간의 잡음이 발생, '옥의 티'를 남긴 것도 사실.
한편 국세청은 후속적인 6급 이하 직원 정기 전보인사를 오는 24일(28일자) 발표할 방침이다.
□ 원칙 '고수'-예외 '최소화'= 국세청은 지난달 26일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 현 보직 2년이상 근무(2009년 2월11일 부임 기준)를 전보대상에 포함시킨다 등의 인사원칙을 사전공지했다.
과거에도 전보인사 원칙이 직원들에게 제시되기는 했지만 본·지방청 전입의 경우 원칙보다는 각각의 개인 사정을 인정하는 '예외' 조항이 인사에 상당부분 반영됐던 것이 사실.
광범위한 예외가 인정되다 보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 법한 인사들도 '필요'라는 명분에 묻혀 그대로 용인, '뒷말'을 만들어내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전임 국세청장이 만들어 놓은, 예외를 최소화하고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인사기조를 이현동 국세청장도 그대로 이어받았다.
특히 국세청은 과거 관행처럼 굳어졌던 본청과 수도권청 사무관 국.실간 전보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제한했다. 다만 복수직 서기관(4급)의 경우 국.실장 책임 아래 일부 전보 허용했다.
이러한 조치는 소위 '승진자리'를 본청 및 수도권청 근무자들이 순번대로 차지, '승진기득권'을 독점하는 것을 앞으로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인사권자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올해 전보인사에서 '예외'가 인정된 경우는 전체 584명 중 건강상의 이유 등이 인정된 2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 조사분야 중간관리자 대폭 '교체'= 국세청의 실질적인 '손과 발'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국세청과 일선 세무서 조사분야 중간관리층이 이번 전보인사를 통해 상당폭 '물갈이' 됐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지방국세청 조사국 5급 이상 중간관리자(복수직 4급 포함)의 47%, 전국 107개 일선 세무서 조사과장의 63% 가량이 이번 전보인사를 통해 교체됐다.
이는 그 동안 국세청 요직으로 분류되며 인사 예외의 대표적인 부서로 여겨졌던 조사분야에도 예외를 두지 않고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인사권자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전언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업무역량과 근무실적이 우수한 여성사무관들을 조사분야 주요 보직에 전진 배치한 점이다. 특히 서울국세청과 중부국세청 각 조사국 조사관리과에 여성사무관들이 대거 진출했다.
□ 사무관 내정자, 수도권과 지방교류 확대= 지난해 10월 사무관 승진 내정자들의 이동 경로가 이전과는 상당폭 변화된 점도 이번 전보인사의 '관전포인트'.
비수도권 지방국세청 승진 내정자 30여명이 수도권(서울국세청 13명, 중부국세청 17명)에 배치되고 수도권청 소속 승진 내정자 11명이 지방으로 내려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승진 내정자 중 수도권으로 오는 경우는 각 지방국세청당 1~2명 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파격이다. 인사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인사운용에 대한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잡음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인사교류와 관련해 "지방과 수도권 교류를 확대, 인사시 불거지는 차별 혹은 역차별 불만을 불식시키고 업무 처리 방법 및 조직문화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지난해 10월 5급 승진 내정자(112명)들의 운명은 세 갈래로 갈렸다.
승진동기로 어깨를 나란히 했던 이들 중 일부는 정식 사무관 임명(47명)과 함께 일선 세무서 과장급 보직을 받았고 일부는 비록 정식 임명을 받지 못했지만 과장급 직무대리(33명) 발령을 받았다.
나머지 32명은 '신분의 변동' 없이, 현재의 위치에 머물렀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임용순위명부에 의한 직무성과를 토대로 실력 위주로 선별했다. 또한 특별승진자들의 경우 임용순위명부 하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일반승진자들에 비해 한 템포 정도 늦어지는 것이 그 동안의 관례"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