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前청장 비판했다 해임된 前나주세무서 직원 김동일씨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조금 남은 명예를 지키는 길일 것입니다."
여러 의혹을 간직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출국 2년 만에 최근 귀국한 것을 놓고 정치권의 귀추가 쏠리는 가운데 그의 갑작스런 출연에 가장 놀란 사람이 있다.
국세청 내부 게시판에 한 전 청장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해임됐던 나주세무서 전 직원 김동일(49)씨다.
그는 2009년 5월28일 국세청 내부 게시판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한 전 청장의 책임이 있다며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 이유 등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70만원을,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또 김씨는 이 사건으로 파면됐다가 소청심사를 청구해 한 단계 낮은 해임처분을 받았으며, 이와 별도로 법원에 해임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내 지난해 10월 1심에서 승소하고 내달 8일 2심 첫 심리를 앞두고 있다.
김씨는 2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 전 청장이 왜 이 시점에 들어왔는지 많은 사람이 궁금할 것이다"면서 "현 정권이 힘이 있을 때 (자신의 비리를) 엄호받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 정권의 비리를 폭로하려고 들어온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고 그러려면 내년에 들어왔어야 맞을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 전 청장이 받고 있는) '그림 로비'와 골프 접대 의혹은 개인 비리일지 모르지만, 태광실업 특별 세무조사, 세중나모 세무조사 무마 로비, 도곡동 땅 차명 소유 덮어주기 의혹은 정치 비리이기 때문에 국민과 언론이 이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개인 비리로 흐지부지 묻히면 지금 당장은 여파가 크지 않을지 모르지만, 나중에 엄청난 폭발력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절대 감춰서는 안 되며 감춘 사람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검찰은 도곡동 땅이 이명박 대통령의 것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이 땅의 매입 대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정확히 파헤쳐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 전 청장이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를 관할 기관인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 배당한 것은 지역 토착 세력과 국세청이 유착되는 것을 막으려고 도입된 '교차조사' 제도를 악용한 것으로 거대 기업의 세무조사를 맡고 있던 조사 4국이 매출 3천억 원의 기업(태광실업을 지칭)을 조사한다는 것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는 "당시는 촛불 시위가 한창이었기 때문에 여론 무마용으로 누군가가 의도해 태광실업을 세무조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가족도 힘들고 나도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주위에서 격려해 준 분들도 있었지만 나를 돈키호테로 몰아가는 게 제일 힘들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를 거치면서 내부 게시판에 100여 건의 글을 올렸지만 아무 일이 없었고 이번에도 경고 정도로 끝날 줄 알았던 것이 사실이다"고 그간의 심경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공무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다.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편에 서야 한다. 조직 수장의 잘못된 행위로 대통령이 자살하는 것을 보고 침묵해야 하는가를 두고 고민했다. 후세들이 나중에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물으면 그에 대해 정확한 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지방선거에서 모 정당으로부터 광역의원 비례대표 1번을 주겠다고 제의를 받았지만, 단호히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말 참여연대가 주는 의인상을, 한국 투명성 기구가 주는 투명사회 실천상을 받았다.
김씨는 "한 전 청장의 귀국에 깜짝 놀랐다"면서 "귀국한 이상 진실은 영원히 감출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무엇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인지 깨달아 모든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편, 한 전 청장이 연루된 의혹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그를 오는 28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며 한 전 청장도 출석 의사를 밝힌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