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19일 제17대 대통령 선거 개표결과 이명박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자)이 48.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로써 10년, 민주당 집권은 막을 내렸다. 이 대통령은 이듬해 2월25일 제17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 대통령을 대선 승리로 이끈 것은 '경제대통령' 이미지였다. 정치 입문 이전 기업 CEO로 오랫동안 일하며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이 대통령의 당선은 국민들의 '경제 살리기'에 대한 강렬한 염원이 담긴 결과물이었다.
경제부문에서 이명박 정부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치'라는 전체적인 틀에서 볼 때 이명박 정부는 크고 작은 갈등에 몸살을 앓았고, 또 앓고 있는 상황이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하는 이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과 인사와 관련한 특유의 고집이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소통'이 단절, 청와대와 국민 사이의 '공감대' 형성이 이뤄지지 않아 갈등이 증폭되기도 했다.
□ 고소영, 강부자…'눈높이' 못 맞춘 인사 = 첫 조각(組閣)부터 '파열음'이 상당했다. 남주홍, 박은경, 이춘호 장관 내정자가 부동산 문제 등 도덕성 시비에 걸려 낙마했다.
우여곡절 끝에 첫 내각이 출범했지만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강부자(강남 땅부자) 내각이라는 비판은 끝내 피하지 못했다.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는데 실패,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만 키워놓는 결과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후에도 인사와 관련한 문제가 계속됐다는 점이다.
2009년 7월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 2010년 8월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 2011년 1월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 자진사퇴가 줄을 이었다.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한층 높아진 도덕성 기준과 이명박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간에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는 것이 입증된 셈.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과거에 비해 인사 기준이 많이 후퇴한 데에 인사 파동의 원인이 있다. 책임져야 할 사람은 인사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다만 청와대의 공식 사과나 제대로 된 반성이 없었을 뿐이다.
이 대통령은 회전문 인사, 측근 돌려막기 인사를 계속해서 단행, 부실 인사에 따른 후폭풍을 더욱 키우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고집스런 인사스타일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
인사와 관련한 논란소지는 해소될 기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 소통의 부재, 심화되는 '불협화음' = 한 번 굳힌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하게 밀어 붙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도 많은 '잡음'을 만들어 냈다.
미국산 쇠고기, 세종시 수정, 4대강 사업 추진 등이 논란의 소재가 됐다. 최근에는 동남권 신공항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선정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
친이계를 전면에 내세워 추진하고 있는 개헌 역시 마찰을 불러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서서 양해를 구하고, 국정현안 추진에 따른 갈등을 치유하는 일은 생략됐다. 특히 지난해 말 새해 예산안 강행처리 후 여야 관계가 크게 악화됐지만, 그는 야당에 손을 내밀어 정국을 정상화시키는 일조차 하지 않았다.
"여야 대화가 먼저"라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밝힌 이유였지만, 실제로는 여의도 정치권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배경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통행'이 동반자 관계에 있는 청와대와 한나라당 사이를 벌려놓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에 대한 반대입장은 여당이 더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이 같은 '불협화음'은 정권말기로 갈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남은 2년, '첩첩산중(疊疊山中)' = 지난 연말을 전후, 청와대 주변에 '레임덕'을 언급하는 이들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 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은 어찌 보면 모든 정권이 안을 수밖에 없는 '숙명'과도 같다.
정작 당사자인 이명박 대통령만이 레임덕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자신에게 레임덕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며 주어진 모든 임기가 끝날 때까지 국정을 수행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다만 현실은 '이상'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터져 나온 국정원 직원들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을 둘러싼 논란의 전개 과정은 정권의 '균열'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개헌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도 시급한 현안이다.
그러나 이를 탄탄하게 뒷받침해야 할 여당 조차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심지어 친이계 조차 '단일대오'를 만들지 못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월박(친이계나 중립에서 친박으로 옮겨가는 것)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동안 국정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서는 보다 폭넓은 인사들과 만나 소통을 강화하고 국정 운영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방향으로 국정 운영 스타일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