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4년차를 맞은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이명박 정부 성공의 '초석'을 놓는다는 확고한 방침을 가지고 있다. 대선공약이었던 4대강 사업 등 핵심 국정과제의 마무리를 통해서다.
이 대통령의 측근들은 "이 대통령은 훗날 '일하는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원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이 같은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남은 임기 동안 뚜렷한, 임팩트 있는 족적을 남겨놓을 필요가 있다.
현재 추진 중인 국정과제들의 성과를 남은 임기 동안 하나 둘씩 끄집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2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간이 그리 많지가 않다.
올해 하반기가 되면 정치권은 '선거모드(2012년 4월 국회의원 선거,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로 돌입, 대통령의 국정수행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레임덕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높다.
이 대통령이 최근 '평지론'을 언급하며 국정의 속도를 유지할 뜻을 밝힌 것도 이같은 이유들 때문이다.
최대 관전포인트는 이 대통령이 자신의 의지대로 국정을 컨트롤하며 성과를 낼 수 있느냐다.
그가 매듭지어야 하는, 벌려놓은 현안들 모두 녹록치 않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동남권 신공항과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문제가 대표적인 예.
이들 국책사업의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에서는 대선 공약이었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자기 지역으로 입지가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낙 주장이 확고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를 둘러싼 논란이 한참 동안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이 대통령과 김황식 국무총리는 올해 상반기 중에 어떤 형태로든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또한 관련 결정이 정해진 법 또는 절차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며 '정치적인 선택'의 가능성은 일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신공항과 과학벨트가 정권은 물론,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정치적 미래까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며 한껏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개헌도 이 대통령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이 대통령은 개헌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개헌 추진은 전적으로 국회에 맡겨놓고 있다. "개헌을 하고 싶다면 개헌 발의권을 행사, 국회가 이 문제를 정식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하라"는 일부의 주장도 외면하고 있다.
이처럼 표면적으로 개헌을 추진하는 과정서 한발 물러나 있긴 하지만, 최측근인 이재오 특임장관, 친이계 의원들이 대거 개헌 주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도 그 결과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서민경제 활성화, 남북관계, 전월세난 해결, 4대강 사업 등도 해결을 기다리는 난제로 손꼽힌다.
'경제영토 확장'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추진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은 여야가 대립하는 대표적인 사안.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하루 빨리 비준되어야 수출이 더 늘어나고,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도 지속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야당들은 추가 협상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협정안 비준 불가를 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EU 자유무역협정문에서 발견된 오류는 '한미FTA도 이렇게 부실하게 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서민경제 활성화의 경우 경기회복의 온기를 서민층이 함께 느끼도록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주력할 수밖에 없는 문제. 이에 이 대통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등 서민경제 활성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집트와 리비아 등 중동 사태의 영향으로 물가가 오르고, 전월세가 폭등 현상이 이어지면서 도리어 서민경제가 더욱 악화돼 이 대통령과 정부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남북관계의 경우에는 양측간의 경색국면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이은 제3의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4대강 사업의 경우엔 국민적 반대 여론이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현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대응책을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이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비서관회의에 참석, 초심을 강조한 뒤 "3주년의 의미를 가슴에 담고 남은 2년을 책임을 가지고 행동에 옮기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참모들을 독려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자신의 최측근 중 한 명이었던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의 비리의혹을 의식한 듯 "일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몸가짐을 바로 하는 것이다. 스캔들 같은 것이 터지는 것이 이 정권에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