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의 날 포상업체-親중소기업 기조 '물씬'
대기업 세무조사 유예 혜택 폐지-'유인책' 상실
3일 대내외에 공개된 제45회 납세자의 날 포상자 명단은 확실히 예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상자 명단의 최상층, 훈·포장 수상자 단골 게스트인 대기업의 상호가 눈에 띄게 줄고 그 빈자리에 지방소재 및 중소기업들이 들어찼기 때문이다.
특히 납세자의 날 최고의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거머쥔 주인공도 충북 청원에 소재한 중견기업, 자화전자(대표 김상면)다. 은탑과 동탑, 철탑과 석탑산업훈장 포상자(10명)들도 대기업다운 대기업이 없고 상당수가 중소기업이다.
사실 대기업들은 훌륭한 수익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세금을 낼 여력을 가지고 있다. 그 동안 훈·포장 수상자에 대기업의 이름이 많았던 것은 전적으로 세금을 많이 냈기 때문.
그러나 아무리 세금을 많이 낸 기업들도 막상 세무조사를 해보면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일이 빈번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진작 납세자의 날 포상자 선정의 '패러다임'을 전환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패러다임의 전환은, 어색함이 덜하다. 오히려 정치적 색채가 가미되면서 적절한 '조화'가 만들어진 측면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 지방소재·중소기업의 '약진' = 제45회 납세자의 날,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국세청장 이상 표창을 받은 수상자는 총 526명. 구체적으로 훈장 11명, 포장 8명, 대통령 표창 15명, 국무총리 표창 12명, 재정부장관 표창 213명, 국세청장 표창 267명 등이다.
영예의 금탑산업훈장은 충북 청원에 본사를 두고 있는 반도체 제조업체 자화전자. 은탑산업훈장도 광주광역시 소재 건설업체인 남광건설이 받았다. 동탑산업훈장 수훈자는 4명(태원전기산업, 동서기공, 제일연마공업, 삼화강봉)이며 대부분 지방에 소재한 중소기업들이다.
철탑산업훈장은 소다, 동아기계가 수훈했으며 석탑산업훈장은 대한제지, 태평양금속, 신신기계 등이 받았다.
대기업들의 금탑산업훈장 '기득권'은 무너졌으며(40회 LG석유화학→41회 GS건설→42회 SKC→43회 고려아연→44회 현대중공업) 지방에 소재한 중소기업들이 '대약진'을 통해 훈장 수훈자 명단에 진입했다.
산업훈장 포상자 11명 중 중소기업은 6명이다. 비율로 따지면 지난해 8.3%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54.5%. 지방소재 중소기업들의 강세는 전체 포상자 명단에서 차지한 비율(중소기업-335명, 63.7%·지방기업-261명, 49.6%)에서도 극명하게 증명되고 있다.
□ 정치적 기류와 혼합(混合), '패러다임'의 변화 = 지방소재 중소기업들이 대거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포상자 대열에 합류한 것은 정치적 기류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親중소기업'으로 전환한 이명박 정부의 정책스탠스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납세실적 위주의 포상자 선정이라는 관행에서 벗어나 지방경제 활성화, 고용창출이라는 국가적 과제에 동참한 지방소재 중소기업들을 대거 포상자로 선정한 것은 '시대적 흐름'에 편승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세청 관계자는 "올해 모범납세자 선정은 예년 납세실적을 위주로 한 대기업 및 수도권기업 선정 관행에서 벗어나 지방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에 기여한 모범 중소기업과 제조기업을 발굴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제도의 변화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세청은 올해부터 매출 5000억원 이상 대기업의 경우 모범납세자로 선정되어도 세무조사 유예 혜택을 부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했다.
모범납세자 선정이 세무조사 회피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여지를 잘라낸다는 취지의 제도 개선이지만,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납세자의 날 포상에 대한 '매력'을 상실하게끔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포상자 선정비율 '대역전' 현상은 반짝 현상이 아닌 지속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