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왜 한나라당에 왔겠나" VS 野 "정치 희롱하는 것"
엄기영 전 MBC 사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강원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 정치권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3일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왜 엄기영 전 사장이 한나라당에 들어왔는지 민주당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변인은 이날 방송에서 "야권이 '엄기영 전 사장은 현 정권에서 쫓겨난 사람인데 어떻게 거기에 들어가서 후보를 하느냐'고 지적한다"는 진행자의 언급에 이같이 말했다.
이어 "엄기영 전 사장은 쫓겨난 게 아니라 본인의 소신에 따라서 나온 것이라고 스스로 말하고 있다"며 "(그가 한나라당을 택한 것은) 한나라당만이 강원도의 발전, 강원도민들의 행복을 위해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당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안 대변인은 또 "민주당을 택하지 않고 한나라당을 택한 것에 대해서 민주당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MBC도 못 지키면서…"
여당인 한나라당의 '엄기영 감싸기'에 야권은 엄기영 전 사장과 한나라당을 동시에 비난하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엄기영 전 사장의 거취를 두고) 여러 가지 설이 모락모락 날 때마다 그의 인격을 믿고자 했는데, 결국 그 믿음은 실망으로 나타났다"며 "엄기영 전 사장은 양식과 상식을 가진 엄기영 앵커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강원도민을 위해 한나라당에 입당한다"는 엄기영 전 사장의 말을 상기시키며 "MBC도 못 지키면서 과연 강원도를 지킬 수 있겠느냐"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전 대표도 "(엄기영 전 사장은) 강원도를 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구하러 간 게 분명하다"며 "소속정당이나 어디에 출마했느냐를 떠나 정치를 희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당 차원에서 한나라당 측의 이중적인 행태도 꼬집었다.
과거 자신들이 몰아내려 한 엄기영 전 사장을 아무 해명도 없이 받아들이려 한다고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지난 해 6월 한나라당 초선의원 40명이 "(PD수첩 관련 검찰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MBC의 제작 책임자와 최고경영자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음을 상기시켰다.
아울러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이동관 대통령 특보 역시 "이런 사건이 외국에서 일어났다면 경영진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총사퇴해야 했을 것"이라고 강조한 점, 이에 엄기영 전 사장이 "권력의 핵심에 있는 사람이 언론사 사장 퇴진을 어떻게 말하느냐. 부적절하고 어처구니없다"고 지적한 점도 언급했다.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한나라당 입당을 두고 '강원도의 뜻' 운운하는 것은 엄기영 전 사장의 변절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 뿐"이라며 "차라리 '등 따시고 배부른 곳으로 갔노라"라고 솔직하게 말했다면 오히려 이해하는 도민이 더 많을 듯 싶다"고 일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