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대 한국세무사회장 선거는 끝났다. 당선자는 화려한 승리의 영광을 안았지만 패자(敗者)는 패배의 충격과 아쉬움을 곱새길터.
이번 선거가 무엇을 남겼으며,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와 패자의 패인은 무엇인지 등을 들어봤다.
□ 제27대 한국세무사회장 선거, 결과는? = 지난 2월28일 종료된 제27대 한국세무사회장 선거는 정구정 세무사의 승리로 끝이 났다. 2위 득표자(송춘달 세무사)와 표차는 무려 2100표차. 과거 선거에서 볼 수 없었던, 압도적 결과였다.
□ 패자들의 이야기, 그들이 생각하는 '선거' = 역사(歷史)는 승자의 기록이다. 패자의 기록은 상대적으로 외면된다. 그렇다고 그들이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일에 결과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정이 있고 또 결과가 만들어진, 이유가 있는 것이다.
'벽'을 넘는데 실패한, 경험과 경륜…송춘달 후보
송 후보는 2위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나름대로 선전했다. 그에게는 너무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선거였다.
송 후보는 "모든 것이 스스로 부족한 탓 아니겠느냐. 회원들의 선택이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운을 뗀 뒤 "그러나 이번 선거 과정은 분명 문제가 많았다. 결과를 떠나 고쳐야 할 부분은 고쳐야 하고, 밝혀져야 할 부분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일이 다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상대 후보측의 터무니없는 네거티브가 극심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관리도 편파적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 선거를 통해 사전선거운동을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세무사 업무를 한 사람이 세무사회장에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 선거관리규정에 사전선거운동 금지조항이 있지만 소용이 없다. 제재할 수도 없다. 선거관리규정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선한 바람이 되지 못한, '변화'의 열망…박점식 후보
박 후보는 지난 십수년간 TV와 라디오 출연으로 명성을 얻은 지명도에 비해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박 후보는 "저 스스로 많이 모자랐고, 또 준비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회원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많은 회원들이 변화에 대한 방향과 가치를 인정하고 있지만 시기적으로 너무 빨랐던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그는 "변화라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 않느냐. 두려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선거였다. 정말 얻은 것이 많다. 얻지 못한 것은 오직 회장 한 자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과를)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천지세무법인이 가야할 방향이 더욱 명확해졌고, 우리를 똘똘 뭉치게 만든 계기가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정말 큰 소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또 "앞으로도 우리 세무사 업계의 발전과 생존을 위해 노력하겠다.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을 우리가 선도해 나갈 것이다. 다만 나 혼자만이 아닌, 변화에 대해 공감하고 동조하는 사람들을 모아 함께 가겠다. 함께 변화를 만들어 가겠다.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히로인(Heroine)'이 되지 못한 '우먼파워'…유재선 후보
대단한 도전이었다. 보수성이 강한 세무사회의 첫 여성 회장 후보자라는 타이틀만으로도 유재선 후보의 도전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 특히 주변의 예상을 깨고(?) 끝까지 레이스를 끌고 간 것 또한 의미가 있다. 비록 원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그의 도전은 세무사회 발전의 '발판'이 됐고 '초석'이 됐다.
유 후보는 "이번 선거를 통해서 많이 유명해졌다. 많은 분들이 '이번 선거의 히로인이었다'고 다독여 주시더라. 힘이 났다. 졌지만 깨끗이 승복한다. 우리 회원들의 선택이니 존중한다"고 전했다.
그는 "스스로 준비가 부족했다. 오랜 시간 고민했고 저의 진정성과 비전을 알릴 시간 또한 부족했다. 다만 우리 회원들이 조금이라도 더 귀를 기울여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셨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자가 가능하겠느냐, 라는 말들도 많이 들었다. 흔들리기도 했지만 잠깐이었고 아무리 어렵더라도 저를 믿어주는 몇 명만 있더라도 안고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약속이니까. 그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유 후보는 이어 "스스로에게도 우리 세무사회에게도 좋은 기회가 됐고 발전의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저와 같은 입장의 회원들에게 도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준 것 같아 개인적으로 성과라고 판단한다. 앞으로 업계 발전을 위해 기회가 닿는 대로 노력하겠다. 우리 세무사회와 업계의 어려움에 결코 눈감고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