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재 '관세관' 고작 9명, 증원도 쉽지 않아
러시아, 중남미 등 신흥수출국 관세관 '全無'
기업들 "통관지연 등 외국세관 횡포 심각…"관세관 늘려야"
올해 우리나라 무역규모가 사상 최초로 1조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지만, 수출업체 및 해외진출 기업들의 관세·통관 관련 애로사항을 현지에서 신속하게 해결해 줄 해외주재 '관세관'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세계 각 국으로 뛰쳐나가 '국부(國富)' 창출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폭을 하루 빨리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재계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10일 관세청에 따르면 현재 해외 대사관 및 영사관에 주재하고 있는 관세관은 미국, EU(벨기에), 일본, 중국(북경·상해 각1명), 홍콩,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8개국에 파견된 9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최근 우리기업들의 현지진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신흥 수출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와 러시아 및 아프리카 대륙에는 관세관이 한 명도 없다.
미국, EU 등 선진국과 달리 관세행정이 불투명하고 통관절차가 체계적으로 확립되지 않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우리 기업들이 제품 수출 및 생산에 있어 현지 세관과의 마찰로 인한 관세·통관 관련 문제들을 적시에 해결하지 못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경우 아직도 별다른 이유 없이 수출입통관을 지연하는 등 세관의 횡포가 여전해, 우리기업들이 상품인도 및 제품생산 일정에 차질을 빚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미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인도 및 대부분의 아세안 국가들에도 현지주재 관세관이 없어, 우리 기업들이 제품수출 또는 현지생산을 위한 부품 수입시 원산지를 인정받지 못해 내지 않아도 되는 관세를 납부하는 등 피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들은 지난해 관세청이 실시한 FTA별 특혜관세 수출활용률 조사결과 한-아세안 FTA는 29%, 한-인도 FTA는 16%에 머무는 등 극히 저조한 FTA 활용실적을 가져온 원인 중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수출업체 및 해외진출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정부에 관세관 파견 확대를 요청하고 있으며, 관세청 및 대사관에서도 해외주재관 파견을 총괄하는 외교통상부에 관세관 인원 및 파견국가를 늘려 달라는 신청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들의 요구는 묵살되고 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정부의 정책기조가 관세관 증원을 원천적으로 막아선 상태이기 때문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관세관 확대를 위해서는 외교부 정원을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령을 개정해야 하며, 법령 개정 이전에 공무원 정원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는 물론 청와대와의 업무협의를 거쳐야 하므로 당분간 관세관 인원을 늘리는 일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외교부는 지난해 관세청을 비롯한 각 정부기관의 요청을 받아 2명의 관세관(EU, 베트남)을 비롯한 총 12명의 해외주재관을 신설했지만, 더 이상의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부 내에서도 FTA 확대 및 교역량 증가에 따라 관세관 확대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지만, 관련 절차가 까다로워 쉽게 결정할 수 없다"며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정책기조와 공무원 증가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