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불요불급한 업종만 제한…위기에 동참해야"
연일 치솟는 기름 값으로 서민경제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있다. 특히 정부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목으로 일부 특정업종에 대해 일방적으로 전력 공급을 제한하면서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27일 에너지 위기에 따른 '주의 경보'를 발령하면서 공공부문에서의 경관조명 소등 등의 조치와 함께 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 아파트·오피스텔, 금융기관·대기업, 주유소·LPG충전소, 유흥업소, 골프장 등 전기사용이 많은 민간부문의 주요 업종에 대해 옥외 야간조명을 강제로 소등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특히 야간 전기사용이 많은 유흥업소와 골프장의 경우 매출액 급감 등으로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유흥업소 심야영업 '중단?'
오후 7시가 넘어 영업을 시작하는 유흥업소의 경우 손님이 가장 많은 시간대에 전기 사용을 제한하고 있어 매출액이 반으로 줄어드는 등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유흥음식업협회 관계자는 "전기 공급을 제한했던 7일 하루 전인 6일에서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새벽 2시 이후 전기 공급이 중단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영업장 내부 조명은 켜도 된다지만 유흥업의 특성상 간판 불을 끄는 순간 영업은 끝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전에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전기 공급을 제한하면 어떡하냐"며 "정부에서 매출액의 40∼45%를 개별소비세, 교육세, 재산세 등 각종 세금으로 걷어가면서 영업까지 못하게 하는게 말이 되느냐"며 격분했다.
◇ 골프장, 야간경기 '중단'
골프장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보통 사전 예약으로 이뤄지는 영업의 특성상 이미 6∼7월까지 예약을 받아 놓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전기 공급제한 통지를 받아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골프장 협회 관계자는 "전기 공급 제한이 있다는 것을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다"면서 "야간 조명을 무조건 켜지 말라는 것은 골프장의 영업 특성을 모르고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어 "현재 국내 골프장 중에 야간에 팀을 전문적으로 받는 경우는 2∼3곳 뿐이지만, 많은 골프장들이 아마추어 골퍼들의 편의를 위해 마지막 서너개 홀에 야간조명 시설을 갖추고 있다"면서 "손님을 받아놓고 조명도 없이 골프를 치라는 것은 영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정부, "어쩔 수 없는 일"
이런 업계 관계자들의 불만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유가가 리터당 $100이상 5일정도 계속되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자체위기평가회의'에서 업종을 결정해 전기 공급을 제한하게 된다"면서 "업종은 불요불급하게 사용하는 업종을 우선적으로 제한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전기 공급 제한 업종 관계자들의 의견수렴 과정은 말도 안되는 것"이라며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제한시기, 제한방법, 사용제한업종이 명시돼 있어 법률에 근거해 시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 전기공급제한업종, 매출 감소 따른 보상 없어
현행 관련법에는 유흥업소, 단란주점의 전기공급제한업종 1순위로 되어 있어 에너지위기 때마다 해당업종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유흥업소의 전기공급제한으로 매출액이 감소하였다고 해도 정부에서 보상을 하지는 않는다"며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불필요한 전기 사용을 제한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골프장도 예외는 아니다. 야간팀을 받는 경우는 2∼3곳뿐이지만, 이미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날씨 변화를 대비해 야간 조명탑을 각 홀마다 설치해놓고 있지만 전기공급제한으로 감소하는 매출액에 대한 보상은 없다.
◇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은 특정업종 '살생부?'
현재 지경부의 특정업종 옥외 야간조명 강제조치 근거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시행령 14조다.
시행령 제14조(에너지 사용의 제한 또는 금지)에서는 위생접객업소 및 그 밖의 에너지사용시설에 대한 에너지 사용의 제한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또 이 법에 따르면 7일 간의 계도 기간을 거쳐 위반시 위반 횟수에 따라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어 있다.
1979년 제정된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은 에너지 수급을 안정시키고 에너지를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제정된 이래 IMF와 이라크전과 같은 유가 급등 시기 때마다 제한규정으로 사용되어왔다.
지경부 관계자는 "현재 주의경보 발령은 동 법 7·8조 비상조치 조항에 근거해 작년 10월 4단계로 매뉴얼화해서 시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최근 유가상황을 고려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지경부는 유가가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 및 에너지 관리 차원에서 $80 이상 관심, $100이상 주의, $130이상 경계, $150이상 심각단계로 구분하여 시행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특정업종의 강제조치 규정에 대해서는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 에너지 위기, 근본적인 대책은
지경부 관계자는 "이번 업종제한 조치가 올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이전에도 유가 급등 등으로 에너지 위기가 올 때마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근거 동일한 제한조치가 있어왔다"고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의 경우 "여름철은 에어컨 사용량을 사전에 예측해 공급 부족이 없었지만, 올해 겨울 난방비의 경우 가스나 난방유 등 유류 가격이 올라 서민들이 평소 사용하던 유류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 사용이 급증해 전기 공급이 부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에너지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노남진 연구원은 "전기공급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소비를 줄이거나 공급량을 늘리는 것인데 발전소 건립 등으로 공급량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 연구원은 "발전소를 건립하려면 전기 공급량은 증가하겠지만 발전소 운영으로 인한 환경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라며 "전기 공급량을 늘리지 않더라도 에너지 효율성 개선을 통해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