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금감원장·공정위 부위원장 '줄줄이' 포진
바야흐로 경북고등학교 출신들의 '전성시대'다.
이명박 정부 들어 TK(대구경북) 출신들이 약진하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에 경북고 출신들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요직은 물론 이른바 '경제검찰'이라 불리는 국세청·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 등 3개 부처에서도 핵심역할을 맡으면서 경북고 파워를 과시하고 있는 것.
경제검찰의 핵심으로 지난 16일 내정된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경북고 56회 졸업생으로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계 사정당국의 수장이 됐다.
국세징수 및 세무조사 등 국세행정의 최고위직인 이현동 국세청장도 경북고 57회 졸업생이다.
기업들이 국세청보다 두려워한다는 공정거래위원회에도 56회 졸업생인 정재찬 부위원장이 자리잡고 있다.
이 국세청장과 권 금감원장, 정 공정위 부위원장은 공교롭게도 모두 1956년생이지만, 권 금감원장과 정 부위원장이 56회 졸업동기인 반면, 이 국세청장은 한해 후배다.
행정고시 기수로는 정 부위원장이 21회로 가장 빠르고, 권 금감원장이 23회, 이 국세청장이 24회의 순이다. 3명 모두 차관급이지만 승진시기로 보면 이 국세청장이 현재로는 가장 빨리 승진의 영예를 안은 셈이다.
이 국세청장은 국세청 일선 세무서에서 공직을 시작해 옛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와 국세심판소(현 조세심판원)를 거쳐 국세청 법무과장, 대구지방국세청 조사2국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장 등을 지냈다.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청와대에서 근무한 후 2008년 핵심요직인 국세청 조사국장에 발탁됐고, 이듬해 1월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 승진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불명예 퇴진 이후 공정위원장이던 백용호 전 국세청장(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외부에서 기용되면서 차장으로 발탁됐으며, 이후 백 전 청장이 청와대로 이동하면서 자리를 물려받았다.
권혁세 금감원장도 국세청 일선 세무서에서 공직을 시작했으나 관료로서는 드물게 세제와 금융분야를 고루 경험한 케이스다.
재경부(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서 사무관생활을 하다 금융정책과장, 금융심의관을 거쳐 다시 세제실 재산소비세제국장으로 근무한 후 금융감독위원회로 아예 적을 옮기면서 금융에 발을 깊이 들였다.
증선위 상임위원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회계제도 선진화 TF를 만들어 외부감사대상 축소에 앞장서기도 했으며, 금융위 사무처장에서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다시 금감원장으로 승승장구중이다.
정재찬 공정위 부위원장은 공직생활 대부분을 공정위에서 보냈을 정도로 공정거래분야 전문가로 손꼽힌다. 김동수 공정위원장이 있지만, 실무적인 부분은 정 부위원장이 총괄할 수 밖에 없다.
공정위 소비자기획과장, 경쟁촉진과장, 경쟁국장을 거치면서 2005년 기획관리관까지 올랐고, 이후 기업협력단장, 카르텔조사단장,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장, 공정위 상임위원을 역임한 뒤 지난해말 부위원장에 발탁됐다.
경북고가 경제검찰을 주름잡고 있다는 평가는 이 세사람 때문만은 아니다.
국세청 내에는 이 국세청장 외에도 조현관 중부지방국세청장(58회), 이종호 국세청 재산세국장(59회), 신세균 중부지방국세청 세원분석국장(55회) 등 경북고 졸업생들이 포진하고 있다.
또 금융감독원에도 권 금감원장과 함께 이장영 금감원 부원장(54회), 김장호 금감원 중소서민금융서비스본부장(부원장보)(57회) 등 경북고 선후배들이 요직에 자리하고 있다.
경제검찰에서 이들이 요직을 꿰찰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권의 핵심에서 이끌어주는 동료나 선배들이 적지 않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만 해도 권재진 민정수석(53회), 박인주 사회통합수석(50회), 김두우 기획관리실장(56회), 김명식 인사비서관(57회) 등이 요직 중의 요직을 차지, 동료와 후배들을 이끌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회계를 검사하고 직무감찰을 총괄하는 감사원의 정창영 사무총장도 경북고 54회 졸업생이다.
이밖에도 류성걸 기획재정부 2차관(57회),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1차관(55회), 김희국 국토해양부 2차관(58회) 등이 중앙부처 고위직으로 활동중이며, 정권 초기 왕성한 활동을 펼치다 물러난 김경한 전 법무장관(43회)과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장(49회)도 경북고 출신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