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대 부회장·김창희 부회장 등 사내 등기이사 후보 의결
현대건설이 이정대 현대차 부회장과 김창희 현대엠코 부회장을 각각 사내이사로 선임키로 한 배경과 관련 현대건설과 현대엠코가 합병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현대건설은 이사회를 열어 이정대 부회장과 김창희 현대엠코 부회장을 사내 등기이사 후보로 의결하고,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사내이사 후보로 오른 이정대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오른팔로 잘 알려진 인물로 이번에 사내이사에 선임되면 현대건설의 재무부문을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07년 정몽구 회장이 횡령 배임죄 등으로 유죄를 확정 받았을 당시 현대차 그룹의 재경총괄본부장으로 함께 기소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으나 2008년 특별사면됐다.
이 같은 전력 때문에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지난 2009년 3월 현대차 주총에서 이 부회장의 이사 선임을 반대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또 다른 사내이사후보인 김창희 후보는 현재 현대엠코의 부회장을 겸직하고 있으며, 이번에 사내이사로 선임될 경우 현대건설의 총괄 CEO를 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두 후보가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릴 경우 현재 현대건설의 대표이사로 재직중인 김중겸 사장과 함께 현대건설을 이끌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
이와 관련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현대차 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함에 따라 그룹 내 비슷한 업종을 영위하는 두 개의 계열사를 가지게 되는 것"이라며 "두 회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현대엠코와 현대건설은 합병을 할 것이며 이번 현대건설 사내이사 후보 의결은 이를 위한 사전포석의 성격이 짙다"고 예상했다.
또 연구소는 "문제는 합병시점인데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에 대해 현대차 그룹은 계속 부인해 왔기 때문에 당장 합병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며 "먼저 새롭게 그룹에 편입이 된 현대건설의 조직을 완전하게 장악하고 난 이후 합병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연구소는 "두 회사간 합병은 향후 여론 뿐만 아니라 현대건설의 주가 추이를 보면서 결정할 것"이라며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차 그룹 전체에 대한 안정된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하게 될 시점에 보유중인 현대엠코 지분을 통해 현금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현대엠코의 지분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정의선 부회장이 25.06%, 정몽구 회장이 10%를 가지고 있으며, 나머지는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엠코의 순자산가치를 약 4000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며, 현대건설과 합병을 하게 될 경우 시가총액이 7조원이 넘는 거대한 회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