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치조사↑, 업종별 조사→그룹별 조사
보안강화…조사반·기업임직원 '대면접촉' 감시강화
기업의 정기 세무조사와 관련한 국세청의 '기류(氣流)'가 심상치가 않다.
그 동안 업종별로 진행해 오던 정기 세무조사가 '그룹별' 조사로 전환되고 정기 세무조사도 '자료영치'를 통해 심도 있는 조사를 진행하는 등 조사강도가 한층 강화되는 추세다.
또한 세무조사 정보보안 강화 등 '내부단속' 또한 한층 철저해지고 있다.
정기 세무조사의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평가될 만큼, 분명하고 확실한 변화다.
이 같은 국세청의 행보는 기업 입장에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세무조사에 따른 잠재적 리스크의 증가는 물론, 세무조사 대응체계에 대한 전반적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 정기 세무조사의 진화…"강도(强度) 세진다" = 통상 기업 정기 세무조사는 일정한 기간(매출액 5000억원 이상 대기업 4년 주기)을 두고 반복적으로 실시된다. 조사형태도 세무조사요원들을 기업 현장에 투입, '현장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
그러나 최근 기업 정기 세무조사가 심층(특별)조사의 전형적인 방법으로 인식되어 왔던 '영치조사'로 진행하거나 정기 세무조사 과정에서 하자가 발견되는 즉시 영치조사로 전환, 조사강도를 강화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국세청의 움직임은 외적인 요소와 내적인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 동안 기업들은 물론 국세청 안팎에서 정기 세무조사의 질적 수준에 의구심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력부족으로 인해 1개 조사반에 다수의 세무조사 '물량'이 배정, 조사의 집중도가 떨어지면서 정기 세무조사의 질적 수준이 '하향평준화' 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국세청 안팎에서 제기됐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기 세무조사에 대해 기업들이 가지고 있던 '경각심'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느슨해진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세청이 지방국세청 조사국 산하에 기업분석팀을 별도로 조직한 것도 정기 세무조사 강화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특정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에 앞서 기업분석팀을 활용, 광범위한 현장정보를 수집해 조사에 활용한다는 것이 국세청의 방침이다.
또 다른 변화는 특정그룹에 소속된 계열사 3, 4개를 묶어 일시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그룹별 세무조사'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세무조사의 효율성을 배가시키기 위한 '전략적 접근'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 동안 국세청은 특정 업종에 속한 회사별로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업종별 세무조사' 방식을 고수해 왔다. 국세청은 올해 세무조사 대상에 선정된 그룹사 소속 계열사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 한층 철저해진 '내부단속' = '내부단속'도 한층 철저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국세청은 세무조사와 관련한 보안에 각별한 신경을 써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보안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현동 국세청장도 여러 채널을 통해 세무조사 정보가 외부에 유출(언론보도)될 경우 해당 조사반 문책을 언급하는 등 정보유출 루트에 단단한 '자물쇠'를 채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장에 투입되는 세무조사요원들과 해당 기업체 임직원들의 '대면접촉'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세무조사와 관련한 부정의 싹을 잘라내겠다는 의도인 셈. 이를 단속하기 위해 국세청 감찰직원들이 암암리에 현장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전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조사에 착수하기 전에 직원들과 미팅을 갖고 해당 기업체 임직원들과의 개별접촉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며 "그러나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 개인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