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법조계로 확산 '점입가경'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적격성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6일 '법리검토'를 이유로 판단을 유보하면서 금융권과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로까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 매각승인 지연 가능성 = 18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론스타의 대주주적격 유무에 대한 법리검토에 본격 착수했지만 아직 대략적인 발표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지난 16일 발표한 내용에 더 이상 진전된 것은 없으며 발표 시기 역시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앞서 금융위는 "론스타의 제출자료와 회계법인의 확인서 등을 검토한 결과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다만,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관련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판결 파기환송으로 추가적인 법리해석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최종 판단을 보류했다.
론스타가 제출한 자료가 충분했느냐는 논란은 남아있지만, 일단 금융위가 론스타를 산업자본이 아니라고 해석함으로써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51.02%의 외환은행 지분은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으로 분류될 경우 보유한도인 9% 이외의 나머지 초과지분 42%는 매각해야 한다.
이제 남은 절차는 금융위의 법리해석이다. 금융위의 판단이 늦어질 경우 외환은행 매각 계약자체가 파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계약파기 데드라인을 5월말로 보고 있다.
문제는 금융위의 최종발표가 지연될수록 논란이 심화된다는 점이다. 이미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간 갈등은 정치 및 법조계의 '이전투구'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외환은행 매각 반대 기자회견에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권영길, 강기갑, 곽정숙, 홍희덕 의원을 비롯해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 등 정치권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 논란의 진실은? = 하나금융은 대법원의 무죄파기 환송이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국한됐다는 점을 내세워 금융위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내리는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되면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에 문제가 생긴다"며 "이는 하나금융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 차원의 문제"라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하나은행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김앤장'도 론스타의 무죄판결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종업원의 범법행위에 대해 고용주를 동시에 처벌하는 '양벌규정'이 수차례 헌법재판소의 위헌판례가 있어 왔다는 것.
론스타의 무죄판결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계약을 늦출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은행법은 은행 대주주 자격 요건으로 최근 5년 동안 금융법률을 위반해 처벌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조를 비롯한 법조계에서는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유 전 대표의 경우 일반 직원이 아닌 경영에 직접 참여한 임원이라는 측면에서 개인의 단독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것.
당시 주가조작 사건으로 외환카드를 싸게 인수할 수 있었던 쪽은 론스타였던 만큼 양벌규정의 예외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총 1500억여원의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 424명은 지난 14일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외국자본이라도 범법자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올바른 선례를 남겨야 한다"며 "론스타의 대주주자격이 박탈돼 강제매각 명령이 내려질 경우 하나금융이 제시한 경영권 프리미엄 약 1조5000억원의 국부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