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산업은행장(겸 산은지주 회장)이 취임초부터 '존재감'만큼이나 숱한 논란과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강 행장은 22일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말로 인한 논란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말로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답했다.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온 '메가뱅크'에 대해서도 "여건이 달라졌으니 남의 뜻에 따라 살겠다"고 답했으며, 까마득한 후배인 김석동 금융위원장 밑에서 일하게 된 상황에 대해서도 금융위장은 '감독'이고 본인은 '배우'라고 언급했다.
그동안 거침없는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강 행장이 이처럼 '순한 양(?)'으로 돌변한 데는 그를 둘러싼 논란이 심상치 않은 수준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강 행장은 MB정권의 대표 개국공신 가운데서도 '왕의 남자'로 불릴 정도로 이명박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얻고 있다. 이 대통령과 강 행장은 30년 가까운 소망교회 인연을 맺고 있기도 하다.
강 행장은 지난 2008년 MB정부 출범 직후 과거 10년 '야인생활'을 무색하게 만들며 기획재정부 장관에 전격 발탁됐다. 과거 IMF 외환위기의 주범이라는 꼬리표도 '개국공신'이라는 수식어 앞에서는 단순 과거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강 행장은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환율주권론'을 줄기차게 내세우며 환율급등을 부추겼다. 때마침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강 행장을 궁지에 내몰았고, 결국 고환율·고물가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으며 2009년 2월 기획재정부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IMF위기에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무려 두차례의 정책실패에도 불구하고 이후 강 행장은 국가경쟁력 위원장과 대통령 경제특보를 겸임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강 행장이 자신의 '격'에 안맞는 은행장에 관심을 두게 된 연유를 두고 뒷말이 무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생계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생계형 CEO'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지난 2008년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강 행장이 공개한 자산은 31억원 가량. 대다수 고위공직자들의 자산이 부동산에 편중돼 있다는 점에서 자산이 다소 줄었다는 추측은 가능하지만 '생계'를 운운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그 해답에 대한 힌트가 후배인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입으로부터 나왔다. 김 위원장의 산업은행장 연봉인상 검토 발언은 '생계형 CEO'라는 소문과 맞물리면서 '결국 돈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을 실어줬다.
올초 선임절차가 마무리된 우리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지주의 유력한 회장 후보로 거론돼 온 것과도 맥을 함께 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바람과는 달리 강 행장이 기획재정부 장관시절 공기업 CEO 연봉 삭감을 주도했다는 점 때문에 연봉인상 검토는 사실상 백지화됐다.
이 외에도 강 행장은 대통령 측근 인사의 회전문 인사 논란과 신한금융지주를 제외한 국내 4대 금융지주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채워진 데 따른 '관치금융' 논란은 물론, 은행장 모임에 대한 참석 여부를 둘러싼 다소 황당한 논란까지 금융권에서 유례없는 이슈를 파생시키고 있다.
이날 강 행장의 신중한 발언은 어쩌면 '이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충성심(?)의 발로일 지 모른다.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계급장'이 달라진만큼 자신의 현실을 인정한 '자아성찰'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논란은 끝이 아닌 이제 시작일 수 있다. 강 행장의 '왕의 남자'라는 수식어는 그의 향후 행보에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닐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주홍글씨를 더욱 깊이 새길 것인지 아니면 도려낼 것인지는 전적으로 강 행장의 몫으로 남겨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