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량 많을수록 오히려 부채비율 증가 '기현상'
현행 재무제표 총액 표시방식…헤지비율 높을수록 '불리'
조선업계가 6월 확정예정인 위험회피회계 공개초안에 자산·부채 차감 표시방식인 LP방식의 추가 도입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위험회피회계는 해외에서 수주를 받아 대금을 외화로 수령하게되는데 이때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맺는 선물환계약으로 발생하는 회계다. 조선업계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지만 환율 위험에 노출된 금액이 타 업종보다 크기 때문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한종수 이화여대 교수는 "조선업계의 경우 총부채 중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08년 국내 조선 4개 업체의 평균이 29∼39%"라며 "외환위험이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조선업계가 LP방식을 강하게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SP방식의 경우 선물환 계약으로 나타나는 부채가 총액으로 표시돼 자기자본 대비 부채로 표시되는 부채비율이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해 계산하는 LP방식의 부채비율보다 크게 나타난다.
◆ SP에서 LP로 변경시…실질과 상관없이 부채비율 400%→150%
한 교수가 예시한 자료에 따르면 SP방식으로 표시하는 경우 부채비율(부채/자기자본)은 400%로 계산되지만, LP방식으로 표시하는 경우 부채비율은 150%에 불과하다.
한 교수는 "LP방식이라고 해서 자산․부채를 상계(offsetting) 또는 제거(derecognition)하는 것은 아니다"며 "재무제표상에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하는 형식으로 모두 표시되기 때문에 자산․부채 총액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LP방식이 총액 뿐만 아니라 순액정보도 함께 보여주기 때문에 오히려 정보의 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준다"고 덧붙였다.
◆ 헤지비율 높을수록 현행 표시방식 '불리'
게다가 현행 SP방식으로 표시할 경우 환율변동 위험이 큰 상황에서 수주량이 많을수록, 헤지비율(위험를 회피하는 정도)이 클수록 부채비율이 크게 증가되는 것으로 표시됐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 변동이 컸던 2008년의 경우, 수주량이 많은 조선 3사의 부채비율이 전년도에 비해 200%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중 환율 위험에 노출된 자산에 대해 100% 위험 회피를 했던 A사의 경우 부채비율이 1000%가 넘어 헤지비율 70%인 B사의 부채비율 350%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위험회피를 전혀 하지 않은 C사의 경우 같은해 부채비율은 231%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량이 증가하면 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된 자산(앞으로 수령할 대금)도 커져 위험회피를 할 경우 현행 SP방식에서는 부채비율이 크게 표시된다 "며 "환율변동 위험에 대비, 헤지비율이 높아도 부채비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표시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환율 변동 위험에 대비하면 할수록 자산․부채를 각각 표시하는 현행 방식에서는 부채비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표시돼 재무제표에 불리하게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한국회계기준원 관계자는 "선박 건조능력과 관계없이 회계처리 표시로 인해 부채비율이 올라간다는 것이 문제"라며 "높은 부채비율 표시로 수주활동에 영향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조선업계의 우려는 여기서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위험회피 않으면 당기손익에 영향…위험회피 기업들 오히려 불이익
조선업계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위험회피회계처리에 따른 LP방식 추가 도입 이전에 조선업계에 위험회피회계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회계기준원 관계자는 "수주금액에 대해 위험회피를 하지 않고 이에 따른 회계처리를 하지 않는다면 당기손익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위험회피를 하지 않으면 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된 수주금액 결제시 그대로 거래손익으로 이어져 당기손익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
반면 위험회피를 하는 기업의 경우 일정한 환율로 선물환 계약을 맺기 때문에 거래손익과 평가손익이 상계되어 당기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없게 되지만 위험회피관련 계약의 회계처리로 발생한 부채금액이 증가해 부채비율에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위험회피는 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된 자산에 대해 위험을 줄이기 위한 안전한 방법"이라며 "현행 표시 방식으로 부채비율이 과대 표시되는 불이익을 받는다면 오히려 위험회피를 하는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위험회피회계를 하면 당기의 실적부분에 대해서는 100% 환율변동위험을 피할 수 있지만 문제는 부채비율"이라면서 "실질에 상관없이 회계처리 표시만으로 부채비율이 증가되는 것으로 보인다면 은행 대출시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