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번 조치가 지자체 사정을 알고 바꾸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한다."
24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던 '공평과세를 위한 지방세제 개선 방향 세미나'에선 지난 22일 정부가 발표한 취득세 인하 조치에 대한 지방세 담당 공무원의 하소연이 흘러나왔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부산시 송성재 세정담당관은 "지방세 실무를 오랫동안 담당해온 일선 책임자 입장에서 22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 대해 상당한 유감이 있다"며 운을 띄웠다.
송 담당관은 "부산시의 경우 취득세 인하조치로 시 전체적으로 약 2000억원이 줄어드는데, 이 중 시 본청 예산이 700억원, 1100억원은 시 산하의 군청, 구청, 공무원, 복지시설에 가도록 돼 있고, 지방교육청에 교육세로 200억원이 지출된다. 이 돈을 지급할 길이 당장 막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교육청 주도로 추진하는 무상급식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며 복지시설과 교육시설에 지출되는 세수가 줄어드는 부분은 제도 시행과 함께 곧바로 감소효과가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살리겠다고 내세운 대책이 노인, 학생 등 복지취약계층에 애꿋은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세수 보전약속도 당장 올해 안에 이뤄지지 않으면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송 담당관은 "지자체 한해 예산집행이 이미 다 계획된 상태인데, 손실분을 내년에 보전해 준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세수감소분 조치가 이뤄진 뒤에 취득세를 내리는 것이 순서에 맞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근본적인 치유책인 양도세는 가만히 놔두고 왜 취득세를 건드리는지 모르겠다. 취득세 없어서 집 못산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지방세 실무자의 입에서 "당장 시 복지정책에 타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 이번 취득세 인하 조치에 앞서 정부가 지자체와 협의하기는커녕 고려대상 조차 아니었다는 말이 들릴 만도 하다.
정부가 이번에 부동산 대책으로 내 놓은 것이 지방세목인 취득세인데, 이를 징수하고 써야하는 지자체와 사전협의도 없이 추진한 점은 그 자체로 행정 편의적인 대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