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어윤대, 이팔성, 김승유, 한동우 회장
KB-실적 회복, 우리-민영화 추진
신한-내분 수습, 하나-외환銀 인수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 주주총회가 25일을 끝으로 마무리 됐다. 특히 이번 주총은 국내 4대 금융지주사 모두가 제각각 민감한 현안을 앞두고 열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각 금융지주사 회장들도 주주들을 상대로 임기 중 포부 및 당면과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 금융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어윤대 "실적회복 자신" = KB금융 어윤대 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실적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영업실적이 기대에 크게 못미친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모든 노력을 동원해 기필코 2007년 실적을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KB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883억원. 가까스로 적자를 면했지만 은행권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리딩뱅크'로서의 체면을 구겼다.
일각에서는 KB금융 출범 이전인 2007년 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이 2조7000억원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다소 무리한 기대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어 회장 취임 직후 지난해말 3조원대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며 '빅베스(Big bath)'에 나섰다는 점에서 올해 큰 폭의 실적개선이 확실시 되고 있다.
대손충당금은 회수불능 '추산액'이라는 점에서 향후 대대적인 기업구조조정 또는, 금융불안이 재현되지 않는 이상 올해 실적으로 상당부분 환입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어 회장은 올해 퇴직연금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는 한편, 지속성장을 위한 유스(Youth) 고객 확보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이날 국민은행 노조가 주총장 점거농성을 벌이는 등 노사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국민은행의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어 회장으로서 적지 않는 부담이 되고 있다.
□ 이팔성 "민영화 조속히 해결" =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이 직면한 최대 과제는 단연 민영화다. 이 회장이 역대 회장으로서는 최초로 연임을 확정짓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이날 이 회장도 "경영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게 다행"이라며 "작년에 마무리짓지 못한 민영화를 조속히 해결하고 경영혁신과 내실경영을 추진해 주주가치 극대화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주주가치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실제 우리금융 주가는 여타 은행주와 비교해 현저히 저평가돼 있다. 민영화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큰폭의 등락을 거듭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해말 정부의 매각추진 계획에 맞춰 자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민영화 주체로 나서기도 했지만, 우리금융 인수계획을 밝혔던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으로 방향을 틀면서 결국 매각추진이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2분기 중 우리금융 매각계획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민영화 기대감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이 회장 역시 향후 3년 임기 중 우리금융 민영화를 마무리짓기를 기대하고 있다.
경쟁사와 비교해 취약한 자산건전성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당면 과제로 꼽히고 있다. 이날 이 회장은 물론 새로 선임된 이순우 우리은행장도 향후 자산건전성 제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김승유 "외환銀 인수 조속한 승인 희망" = 하나금융지주의 주총은 여타 금융지주사와 비교해 다소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승유 회장을 비롯해 김종열 사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연임으로 축제분위기일법 하지만 현재로서는 외환은행 인수를 장담하기 어려운 국면이기 때문이다.
이들 CEO들의 연임 결정은 외환은행 인수 이후 조직안정을 감안한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김 회장이 느끼는 불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하나금융은 이미 4조원대의 대규모 외환은행 인수자금을 마련하고 금융위원회의 승인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론스타의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파기 환송이 결정되면서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상당수 시장 전문가들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시간의 문제일 뿐 승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지만 금융위가 '법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승인을 미룰 경우 결국 양측의 계약이 파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 주식매매 계약서에 따르면 인수대금 지급이 5월 이후로 미뤄질 경우 어느 일방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김 회장은 "승인여부는 금융당국이 결정할 문제라 말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외환은행 인수 승인이 될 수 있으면 이른 시일 내에 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한동우 "새로운 르네상스 열 것" = 앞서 지난 23일 열린 신한금융지주 주총에서 한동우 회장은 "지난 30여 년간 신한인으로 살아오면서 오늘과 같은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의식을 느껴 본적이 없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한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무엇보다 이전 경영진의 내분사태에 따른 여파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주된 요인이지만, 지난 20년간 '신한'을 이끌어온 라응찬 전 회장의 무게감도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라 전 회장의 경우 올초 경영진 내분사태에 따른 책임을 지고 '권좌'에서 물러나기는 했지만 신한금융지주를 금융권 '리딩컴퍼니'로 이끈 입지전적의 인물이기도 하다.
실제 신한은행은 라 전 회장 임기 중 조흥은행 인수 및 LG카드 인수에 성공하면서 한국형 금융지주사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제 2대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 한 회장으로서는 신한금융을 한단계 더 도약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한 회장도 이날 취임사에서 "그룹을 대표해 고객과 주주 그리고 국민들께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한다"면서 "훗날 후배들로부터 새로운 신한의 르네상스를 연 주역으로 존경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