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중인 여야 의원들이 28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대북지원 문제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문제 등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였다.
'한미동맹과 동북아 안보'를 주제로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로 이날 열린 토론회에는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를 비롯한 한미의원외교협의회 소속 여야 의원 7명이 주제발표자로 참여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북쌀 지원문제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정치적 문제와 인도주의적 문제의 분리"를 강조하면서 즉각적인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경전은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미국이 WFP(세계식량프로그램) 보고서에 따라 가능한 한 조속히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시작하기를 기대한다"고 대북식량지원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박 의원은 "미국은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는 좀 더 균형잡힌 외교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균형된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미의원외교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아무도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북한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지만, 잘못된 메시지를 전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신중론을 개진했다.
그는 "우리 부친(고 정주영 전 회장)도 인도주의적 지원을 함으로써 북한을 도와주길 원했고, 나도 그 길을 따르고 싶지만, 인생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한국 문제는 글로벌 문제로, 좀 더 포괄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백성운 의원도 북한의 식량생산량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분명한 모니터링을 통한 투명성 확보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반면 민주당의 김효석 의원은 "정치와 인도적 지원 문제는 분리돼야 한다"면서 "일본이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한국인)는 (지진이후) 모든 지원을 다하고 있다. 왜 그렇겠느냐. 그것은 정치와 인도주의적 문제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미FTA 비준 문제를 두고도 견해차를 미국인들 앞에서 다시 드러냈다.
민주당 김 의원은 한미FTA의 추가협상 결과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악의적인 조항은 반드시 제거되거나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수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미 의회의 이행법안 통과를 본 뒤 한국 국회도 후속조치를 할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 정 전 대표는 "이 협정은 상호 이익이 되는 협정"이라면서 "왜 미 의회의 행동을 지켜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최근 중동의 재스민혁명과 북한과의 관련성 등에 대해 "북한 사람들도 전제주의 국가에서 무엇인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안다"면서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시간의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