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조사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무려 12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중국으로 분산 송금해온 신종 환치기 조직이 결국 세관조사에 꼬리를 잡혔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29일 무직자 등 불특정인의 명의를 차용하는 방식으로 4만9000여회에 걸쳐 1200억원 이상을 중국으로 불법 송금한 환치기 조직을 적발, 중국 총책 손 모씨를 지명수배하고 국내 총책 박 모씨(조선족)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세관조사 결과 일당은 기존 환치기 수법과 달리 일단 국내에서 수 천명의 송금 명의대여자를 모집해 계좌를 만든 뒤, 중국으로 송금을 원하는 무역업자 등에게 건당 30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불법 차용계좌를 이용해 분산 송금하는 신종수법을 사용했다.
특히 일당은 현행 외국환거래법에서 5만 달러 이하의 소액 해외송금액에 대해 관련 서류제출 등 외국환은행의 확인을 생략토록 하고 있다는 점을 악용, 송금액을 5만 달러 이내로 분산해 송금신청서를 작성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환치기를 비롯한 불법외환사범 특별단속에 나선 서울세관은 입출금 자금이동 경로 추적 및 CCTV 화면 확보 등을 통해 일당이 주요 범행장소로 이용한 한 은행에 수일간 잠복근무를 펼쳤고, 최근 환치기 송금을 하러 은행을 찾은 국내 총책 박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아울러 박 씨로부터 압수한 휴대폰을 조사해 중국 총책 손 씨와 국내에서 송금계좌 명의대여자를 모집한 나머지 일당들에 대한 인적사항도 입수했다.
서울세관은 이번 조사를 통해 파악된 1200억원의 불법송금액에 대해 계좌추적을 실시할 계획이며, 자금출처와 성격을 규명해 도피자금 회수 및 탈루세금 추징 등 후속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서울세관 관계자는 "외국환은행을 통하지 않는 환치기는 국가차원의 외환거래 규모 파악에 어려움을 주며, 범죄수익·비자금 등 검은 돈의 송금창구로 악용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외환거래의 건전성을 해치는 환치기에 대해 엄격한 감시와 처벌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