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전문가 대거 참여…납세자와 '눈높이' 공유
공정사회 구현을 국정운영 전면에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공정사회 구현의 필수요소나 다름없는 '공평과세' 실현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정부는 오는 31일(목요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두 번째 공정사회 추진회의 주제를 '공정한 납세'로 정하고 기획재정부, 국세청, 관세청, 행정안전부 등 세제와 세정담당 정부 당국자들과 민간전문가 등이 대거 참여하는 조세정책 토론회를 개최한다.
특히 이번 토론회에는 민간부문에서 그 동안 국가 세제정책 및 세정운영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해 왔던 학자는 물론 납세현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인과 납세자 대표들도 참석한다.
공정사회 구현을 위해 무엇보다 '공평과세'가 기본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국민 모두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 한 테이블 위에 앉아 고민해 보자는 취지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40%가 국방·납세·교육·근로 등 국민의 4대 의무 중 공정사회를 위해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과제로 '납세의 의무'를 꼽았다.
지난 22일 한국조세연구원이 공개한 국민 납세의식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현행 조세제도가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100명 중 4명(4.3%)에 불과했다. 조세분야 전반에서 국민들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정책 토론회에서 정부는 조세분야에서 가장 불공정한 부분으로 꼽히는 탈세와 체납을 막고 공정한 납세, 공평한 과세를 위해 납세자의 인식을 개선 할 수 있는 정책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미 재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의 방향을 '공평과세 구축'으로 설정하고, 지난달에는 국민제안공모를 실시해 일반인의 아이디어를 취합하기도 했으며, 국세청은 은닉재산 추적 및 역외탈세 차단, 체납정리 등을 위한 전담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상황이다.
□ 탈루업종 세무조사 확대할 듯-고액자산가 소득탈루 차단 '초점' = 정부가 가장 시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불공정한 조세분야는 '고소득자의 소득탈루'가 가장 핵심적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들이 납세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해외로 소득을 빼돌리거나 차명을 이용해서 재산을 배우자 등 다른 사람의 명의로 돌려놓는 등 여러 가지 세법을 위반하는 부분들이 있다. 공정사회를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올해부터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를 도입하고, 국세청의 역외탈세전담조직을 설치하는 등의 정부 움직임도 이런 불공정한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초석'이다.
특히 소득탈루율이 높은 고소득 자영업자들은 중장기적으로도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유리알 지갑'으로 불리는 근로소득자들의 소득이 거의 대부분 노출되고 있는데 비해, 일부 자영업종에서는 소득탈루율이 20%에서 최고 90%대(2009년 기준)까지 높게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득의 20∼90%에 대해서는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나마도 국세청이 세무조사권을 발동해 뒤지지 않는 이상, 자발적으로 세금을 낼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도 없다.
이 같은 탈세행위의 효과적인 차단 방법으로는 '세무조사 강화'가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세청의 자영업자 세무조사 비율은 0.11%에 그쳐 미국(0.56%), 일본(1.1%) 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
이에 따라 국세청은 매년 실시하고 있는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세 세무조사와의 협력방안 등 전문직종, 현금수입업종 등에 대한 세원관리 강화방안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역외탈세 등을 통한 기업자금 불법유출, 주식 등 자본거래를 이용한 변칙 상속 및 증여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정책방향과 '차명계좌'를 이용한 탈세 차단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재정부가 마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인 세무검증제도 도입방안도 자영업자 탈루소득 차단의 한 방편으로 보고될 전망이다.
□ 고질적인 문제 '체납'…중앙-지방정부 공동대응책 마련 = 세금체납은 불공정한 조세체계를 가속화하는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왔다. 모든 국민은 납세의 의무가 있지만 세금을 체납한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납세의무 자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세금을 체납하고도 재산을 빼돌려 은닉하고 본인은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악성 고액 체납자들은 조세체계의 공정성 여부를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올해부터 각 지방국세청 징세과에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체납정리 특별전담팀'을 설치한 국세청은 체납처분 회피행위자에 대한 은닉재산 추적조사 실태를 보고하고, 고액체납자에 대한 새로운 징세방안 등 향후 체납정리 계획을 구체적으로 보고할 계획이다.
체납액 징수를 일부 민간에 위탁하는 방안도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위탁비용 문제 때문에 국세에는 도입하기 어렵더라도 지방세의 경우 체납세액을 민간에 위탁하는 사례가 외국에서도 확인되고 있는 만큼, 찬반 토론이 이뤄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 납세자의식 전환…교육·홍보 강화 = 세금을 납부하는 납세자의 세금에 대한 인식과 지식 수준도 공정한 납세를 위해 꼭 필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이 날 토론회에서 이 부분에 대한 정책적 접근 방안 마련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납세자의 납세의식을 어떻게 전환하는가는 중요한 과제"라며 "대부분의 세금이 납세자 스스로 신고납부 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탈세의 출발은 납세자 스스로의 의식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탈세를 차단하기 위해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을 의무 발급하도록 하고, 전자세금계산서제도가 도입되는 등 제도적인 노력을 꾸준히 기울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과표양성화 수준은 70%를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조세연구원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금에 대한 납세자의 이해도도 37% 수준에 불과하다. 세법 자체가 너무 어렵게 설계돼 있어서 세법 전문가들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조세법 체계의 복잡함을 지적하자 "세법을 넘겨보면 최고학력을 나온 사람들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
재정부가 세제실 내에 4월부터 공식 출범시킬 조세법령정비TF팀은 조세법 체계를 보다 이해하기 쉽고 납세자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전면적인 개혁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교육의 문제점도 적지 않다.
양규혁 한국세무학회장은 "대학에서도 세금강의는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조세관련 교육을 받고 졸업하는 학생이 1%나 될지 모르겠다"며 "시민의식 함양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대책을 세워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대국민 세금홍보와 미래 납세자인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세제와 세정 교육 강화방안을 내 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