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올해 들어 역외탈세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이 지난 석달 동안 역외탈세 조사를 통해 추징한 세금규모가 벌써 4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이 당초 목표한 올 1조 추징규모에 절반 가까이 다다르고 있는 것.
국세청은 특히 스위스·싱가폴 등에 개설한 한국인 계좌의 입출금 내역과 잔액까지 이미 확인했으며, 이를 통해 파급효과가 큰 사안을 위주로 역외탈세를 잡기 위한 세무조사를 벌일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31일 서울 수송 국세청청사 5층 회의실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차 공정사회 추진회의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작동하는 탈세대응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국부유출을 초래하는 역외탈세 행위에 엄정 대처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이 청장은 "금융규제 완화와 자본자유화 진전 등으로 국가간 자본 이동이 급증하면서 국제거래를 가장한 역외탈세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OECD는 전 세계적으로 역외소재 자산규모를 2조∼11.5조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청장은 "역외탈세는 소득 일부의 신고누락 차원을 넘어 유출자금 전체가 통째로 탈루돼 국부유출과 과세권 잠식을 초래한다"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은 역외탈세 차단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청장은 특히 "국세청도 지난해 해외금융계좌 신고제 도입 및 전담조직 신설 등 역외세원관리 인프라를 구축, 역외탈세 행위에 대한 조사로 500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며 "올 1/4분기에도 역외탈세 조사를 통해 4600억원을 추징했다"고 보고했다.
이 청장에 따르면 조사결과 드러난 대표적인 역외탈세유형은 ▲해외투자를 가장해 현지법인에 송금후, 이를 대주주 등이 빼내 해외부동산 취득, 자녀 유학비용 등으로 유용 ▲해외 현지법인에 가공손실을 계상하고 이를 빼내 스위스 등 역외계좌에 은닉하는 행위 등이다.
또 해외 현지법인과 국내 모법인 거래에서 매출단가 조작, 가공용역비 지급 등의 방법으로 해외비자금을 조성·은닉하고 있었다고 이 청장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 청장은 "국세청은 올해를 '역외탈세 차단의 원년'으로 삼아 세정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이를 위해 역외탈세의 경유지·목적지로 자주 이용되는 홍콩, 싱가폴, 런던, 스위스, 미국 등에서 세원동향과 탈세정보 등을 수집하기 위한 세정전문요원을 2/4분기부터 파견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또 "역외탈세 혐의분석 과정에서 역외거래와 자산에 대해 외국 국세청과 적극적인 정보교환을 추진하기 위해 홍콩·싱가폴 등 역외금융센터 소재국과의 양자 국세청장 회의를 가졌다"며 "이들 관련국 국세청과의 동시조사·파견조사 등 국제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특히 "파급효과가 큰 사안 위주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적극적 범칙처분, 조사결과의 주기적 발표 등 전략적 조사로 경각심을 확산시키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