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 KB·신한사태 등 잇따라 구설수
금융감독당국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눈치보기', '제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금융시장에 대한 공정하고 상시적 관리감독이라는 제 역할은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도대체 제대로 하는 일이 뭐냐"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까지 들린다.
31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장에 새로 취임한 권혁세 금감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금융시장의 '종결자'가 되겠다", "더 이상 관용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취임한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금융위원회의 존재감만으로 시장질서가 바로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사들의 '모럴해저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검사인력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이같은 공언을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만은 않다. 금융당국의 감독부실이 단순히 인력부족 때문인 것으로 보기 힘들며, 금융당국 내부의 '도덕적 해이'가 주된 원인이라는 것.
금융권 일각에서 '적반하장', '아전인수'라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은 저축은행 연쇄부도를 비롯해 KB금융·신한금융 사태, 외환은행 매각승인 지연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의 경우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부실이 원인으로 작용했으며, 부실저축은행의 상당수 감사 인력이 금감원 출신으로 밝혀지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재현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 KB금융 사태 때는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을 상대로 과도한 검사에 나서며 '표적검사' 논란이 일기도 했으며, 이 과정에서 민간금융사와 대립각을 세우며 볼썽사나운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여기에 31일 대법원이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 제재가 행정법 위반이라고 판결하면서 표적검사 논란이 재현될 조짐이다.
황 전 회장은 지난 2009년 KB금융 회장에 취임했지만 우리금융 회장 시절 투자손실을 이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고 회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금융사 임원의 퇴직 이전 과오에 대한 제재를 소급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적 논란이 일었으며, 황 전 회장은 자진사퇴 이후 법적 대응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올초까지 지속됐던 신한사태 역시 금감원이 지난해 라응찬 전 회장의 '차명계좌' 존재를 인지했으면서도 제때에 검사에 나서지 않아 논란이 됐다. 특히 신한사태의 경우 KB사태 때와는 달리 금융당국이 오히려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치권 '배후설'이 나돌기도 했다.
산은지주를 비롯해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사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M&A(인수합병)를 둘러싸고 이해당사자간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외환은행 매각 문제 역시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수년간 미뤄오면서 논란을 심화시켰다.
최근 건설사의 연쇄부도 우려로 확산되고 있는 LIG건설 법정관리 역시 부실한 관리감독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저축은행 부실과 함께 감독당국이 건전성 감독 책무를 방기한 데 따른 참담한 결과가 바로 LIG건설 사태"라며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저축은행 종합대책'에는 업종 전체를 부실 덩어리로 만든 것에 대한 감독당국의 책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