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스팸차단 힘쓰지만, 워낙 지능적이라…"
방통위, "이통사 스팸차단노력 독려…과태료부과도 검토"
'친형'을 부모만큼이나 끔찍이 생각하고 있는 직장인 H씨는 얼마 전 친형의 전화번호가 찍힌 문자메시지를 받고 크게 황당함을 겪은 터라 '스팸문자'에 대한 분노를 아직도 삭이지 못하고 있다.
그는 "급히 돈이 필요하니 어느 계좌로 돈을 부쳐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갑자기 받고, "갑자기 무슨 일로 왜 그리고 얼마의 돈을 부쳐야 하느냐"고 형에게 묻고 싶었지만 차마 묻지도 못하고 고민하다 결국 돈을 부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곧바로 친형이 "나의 전화번호가 찍힌 스팸문자가 전송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당부의 문자를 받은 뒤에야 피해를 모면,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릴 수 있었다.
이후 H씨는 스팸문자를 철저히 차단해주는 이동통신사로 옮기려고 결심하고 이곳저곳을 수소문했지만, 다 거기가 거기라는 사실을 알고 무척 화가 나 있는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연도별 휴대전화 스팸신고 현황은 2008년 2112만4172건, 2009년 3558만7648건, 2010년 7033만7379건으로 매해 큰 폭으로 늘고 있으며, 올해도 2월까지 1186만3305건으로 2개월만에 2008년도 신고건수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처럼 불법스팸으로 인한 국민의 불편이 가중되자 "이젠 정부가 나서서 불법스팸 차단의지를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비자 일각의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 이통사 스팸문자차단 의지는 있나=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휴대폰으로 유통된 스팸 문자메시지는 총 80억통. 지난해에는 다소 줄어 75억통에 이르지만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스팸공해는 이미 한계수위를 넘어선 상황이다.
소비자들이 하루에도 몇번씩 날라오는 스팸문자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고객모시기에 여념이 없는 이동통신사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방통위 등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이통사가 발송 대행업체를 거친 대량문자 서비스로 벌어들인 매출은 약 2000억원이며, 업체별로는 SKT가 1100억원, KT가 530억원, LG유플러스가 300억원 수준이다.
이들 업체에서 스팸차단 서비스를 위해 투입한 예산은 2010년 12월 기준으로 SKT 35억원, KT 27억원, LG유플러스 24억원 등이며, 스팸문자 처리용량도 전체 대비 각각 18%(2561만명 중 450만명), 28%(1599만명 중 450만명), 22%(901만명 중 200만명)에 불과하다.
이들 업체들이 지능형 스팸차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않아 이 서비스에 가입한 회원은 지난달 17일 현재 SKT가 308만명, KT가 252만명, LG유플러스가 97만명으로 이는 전체 사용자 대비 각각 11.9%, 15.6%, 10.7%에 불과한 수준. 
이처럼 통신사들의 스팸차단이 사실상 제대로 된 여과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자 일부에서는 돈벌이에 급급해 통신사들이 스팸방지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하고 있다.
실제 방통위가 지난 2009년 스팸 규제 방안을 내놓은 뒤 대량 문자발송 서비스를 통한 스팸문자 전송 비율이 1년새 43%에서 67%로 오히려 24% 증가, 이통사들이 스팸차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다.
■ 이통3사, "스팸차단 힘쓰지만, 워낙 지능적이라…"
이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량문자서비스 매출 때문에 불법스팸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스팸문자로 인한 고객 클레임이 수십만건에 이르고 있는데 이통사에서도 이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스팸차단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스팸문자가 점차 지능화되고 있어 필터링을 통해 걸러내지 못하는 변종문구 차단에 애를 먹고 있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털어 놨다.
지난 2010년 4월 KT를 시작으로 이통 3사는 스팸차단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현재 SKT는 수신한 문자에 대한 확률 계산을 통해 스팸확률이 95% 이상일 경우 차단하는 스팸필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설정한 문구나 번호는 물론이고 평이한 문구의 문자 메시지에 대해서도 스팸 확률 계산을 통해 차단해 주는 고지능형 서비스라는 것이 SKT 측의 설명.
KT와 LG유플러스도 고객이 하나의 스팸 단어를 등록하면 풀어쓰기나 띄어쓰기, 특수문자 등이 포함된 변형된 스팸 메시지까지 함께 차단하는 지능형 시스템을 운영중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스팸차단 서비스 홍보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데다 스팸문자의 온상으로 꼽히고 있는 웹메시징을 통한 대량문자 서비스에 대해서 이렇다할 규제책을 마련치 못하고 있어 일반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스팸방지 수준과는 온도차이를 보이고 있다.
■ 불법스팸 방지 위한 정부대책은?= 방통위는 올해까지 스팸 문자메시지 유통량을 30% 감축한다는 목표 하에 스팸문자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방통위에서 지난 1월 내놓은 '스팸방지 종합대책'에는 지인을 가장한 사기성 스팸전송을 통해 부당하게 정보이용료를 편취하는 경우 '1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도입해 영구 퇴출을 추진키로 하는 등의 대책이 담겨 있다.
또 종합대책에는 스팸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대량 문자발송 서비스 사업자에게는 통신 전송 속도를 20% 줄이고, 인터넷 전화 사업자에게도 휴대전화와 동일하게 1일 500통으로 제한하는 등 자율규제 수준을 강화한다는 방안이 포함됐다.
방통위는 오는 6월까지 19세 미만 가입자에 대해 일괄 가입을 추진해 스팸차단 서비스에 가입한 인원을 추가적으로 380만명(SKT 220만명, KT 130만명, LG유플러스 30만명)을 늘릴 계획이다.
정부는 이 같은 스팸방지 종합대책을 통해 이통사 등에 책임의식을 부과하고 적극적인 자율규제를 유도해 나가겠다는 계획이지만 이통사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끌어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에 방통위는 스팸방지를 위한 규제 조항을 전반적으로 짚어 규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달 중으로 연구용역을 맡길 계획이다.
이 연구용역에는 이통사의 자율규제를 강제하기 위한 보완대책, 스팸문자 사업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 타당성 등 전반적인 내용이 다뤄질 것이라는 것이 방통위 관계자의 전언.
방통위 관계자는 "도박, 대출, 의약품 등 악성스팸 문자메시지를 보낸 블랙리스트(M-RBL)를 실시간으로 체크해 올해 초부터 지난 3월까지 총 1만4539건의 정보를 이통사에 제공했으며, 이를 통해 스팸업자들의 해당 번호를 삭제토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통사들의 지능형 스팸차단 서비스를 확대토록 독려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연구용역을 통해 스팸발생량에 대비한 수익구조 등을 분석해 과태료를 물리는 등 이통사에 대한 제재조치 등이 가능한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