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주채무계열 재무구조 평가 강화
지난해 재무구조 개선 대상에 선정됐던 현대그룹이 올해는 '주채무계열'에서 빠지면서 재무평가 대상에서도 제외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현대그룹에 대한 재무구조 개선 약정 명분이 사라져 채권은행별로 신용위험 관리만 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했다.
그러나 금융권 내부에서는 현대그룹의 사례로 인해 재계에서 재무상황이 악화하더라도 '버티면 된다'는 식의 인식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에 따라 채권은행들은 올해 주채무계열에 대한 재무구조 평가 기준을 강화해 약정 체결 대상에 선정된 곳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대그룹, 재무약정 버티기 '성공'(?)=6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재무상황 악화로 지난해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에 선정됐던 현대그룹이 올해는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됨에 따라 채권단의 재무구조 평가 대상에서도 빠지게 됐다. 그러나 문제는 현대그룹이 지난해 약정 체결 대상에 선정됐음에도 지금까지 약정을 맺지 않고 버텨온 것.
주채무계열(대기업그룹)이란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라 금감원이 매년 선정하는 금융권 총 신용공여액의 0.1% 이상을 차지하는 그룹을 말한다.
채권단은 매년 4월 주채무계열(대기업그룹)의 재무 상태를 평가해 문제가 있는 곳과 약정(MOU)을 맺고 구조조정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는 사전에 구조조정을 추진함으로써 기업 부실이 그룹 전체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채권단과 약정을 맺은 주채무계열은 자산 매각 등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이행 실적을 주기적으로 채권단에 제출해야 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현대그룹이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된 만큼 올해 채권단의 재무평가 대상에서도 빠지며 재무개선 약정 체결 대상도 되지 않지만, 현대그룹에 대해서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채권단 내부에서는 현대그룹이 올해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됐더라도 지난해 재무구조 개선 약정 체결 대상에 선정된 만큼 절충점을 찾아 재무위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신용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주채무계열에서는 빠진 만큼 약정을 체결할 수는 없고 각 채권은행이 현대그룹 신용위험을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37개 주채무계열 '재무평가' 착수=주채권은행들은 또 조만간 37개 주채무계열에 대한 재무구조 평가에 착수키로 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 이날 오후 7개 주채권은행들을 소집해 주채무계열 재무구조 심사에 대한 회의를 열었다.
주채권은행들은 올해 주채무계열에 대한 재무평가 기준과 방향, 현대그룹 처리 문제 등에 대한 방향을 정하고 바로 재무평가에 착수하기로 했다. 최근 대기업들이 부실 계열사에 대해 '나 몰라라' 식으로 등을 돌리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재무평가도 강도 높게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채권단은 이달 말까지 37개 주채무계열의 재무구조를 평가해 재무상황이 취약한 계열을 대상으로 5월 말까지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정기적으로 약정 이행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15개 그룹의 주채권은행이고 산업은행(8개), 하나은행(4개), 신한은행(4개), 외환은행(3개), 국민은행(2개), 농협(1개) 등의 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