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담배 한 갑의 가격이 일제히 500원씩 인상된 이후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그 동안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오히려 값이 싸졌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
이처럼 싼 담뱃값으로 인해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남성 흡연율은 무려 42.6%를 기록하며 OECD 회원국들 중 최고수준에 올라 있다.
보건당국은 지난해 상반기 성인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흡연실태조사' 결과 흡연자들의 금연 의향 담배가격이 평균 8510.8원으로 나타나자, 하반기에 담뱃값을 인상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지만 의견 한번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뜻을 접었다.
지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정부의 법인세·소득세 인하정책과 맞물리며, 소비세의 일종인 담배 세금 인상안이 서민들의 세부담만 늘린다는 이유로 '부자감세' 논란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건강 증진은 물론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재정수입에 도움이 되는 담뱃세 인상을 내심 바랬지만 여론을 설득해 내는데 실패, 결국 담배 세금 인상을 철회했다. 올해도 이 같은 정책기조에는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 담배 세금 인상을 쉬쉬하고 있는 정부의 속내는 지난해와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는 타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담배 세금 인상 카드를 버린 것이었다면, 올해는 정부 스스로 담배가격 동결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부자감세 논란이 다소 수그러들었는데도 정부가 담배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세금정책이 아닌 '물가정책'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정부는 연초 올해 주요정책 중 하나로 물가상승률을 3%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고, 국제유가 급등 등으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각종 공공요금을 조기 동결하는 등 물가안정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담배가격이 주요 물가지표 중 하나인 '소비자물가지수'의 산정품목에 포함돼 있어, 담뱃세 인상은 그대로 물가지수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쉽게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
이에 보건복지부와 각종 시민단체들은 금연을 통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담배를 소비자물가지수 산정품목에서 당장 제외하고 담배 세금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소비자물가지수 품목에서 담배를 빼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소비자물가지수를 조사하는 통계청에 따르면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가계동향조사를 실시, 국민들이 소비지출 항목으로 생각하는 품목을 따로 뽑아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정한다.
즉 일반 국민들이 담배를 소비지출 항목으로 여기고 있는 한 소비자물가지수 산정품목에서 제외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계동향조사 및 소비자물가조사의 경우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기준이 따로 마련돼 있다"며 "일반 국민들이 담배를 소비지출로 생각하고 있어 산정품목에서 제외하기 힘들며, 특별히 담배를 제외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담뱃세 인상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담배 세금 인상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며 "물가상승 등을 감안할 때 아직은 담배값을 인상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