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녹십자 등 9개 사업자에 과징금 60억원 부과·검찰고발
질병관리본부가 발주하는 인플루엔자백신 납품과정에서 수년간 담합을 지속해온 백신제조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전체 인플루엔자백신 시장에서 보건소 등에 공급되는 정부조달 부분은 연평균 30~40%에 달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인플루엔자백신 정부 조달시장에서 투찰단가를 합의하고 각 사의 조달물량을 배정한 녹십자, 동아제약,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 보령바이오파마, CJ, CJ제일제당, SK케미칼, LG생명화학, 한국백신 등 9개 사업자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60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특히, 2007년 9월경 백신사업을 중단해 공소시효가 만료된 CJ를 제외한 8개 사업자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조치가 내려졌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달걀 배양에 의해 증식시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서 달걀성분을 제거하고 푸르말린을 가해 감염력을 없앤 제품으로, 유통기간이 6개월로 짧기 때문에 생산된 제품이 그 해에 팔리지 않으면 전량 폐기처분이 불가피하다.
공정위 조사결과 정부가 담합 형성을 막기 위해 일정주기로 조달계약 방식을 변경했음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은 제품을 기한 내에 납품키 위해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답합을 지속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지난 2007년과 2008년의 경우 정부가 '최저가 희망수량입찰' 방식을 시행했음에도 녹십자(60만→65만), 동아제약(49만8000→50만), SK케미칼(59만→60만), LG생명화학(49만8000→50만, 단위 dose) 등 업체들의 공급물량에 큰 변동이 없었고, 투찰단가도 7000원 선에서 짜맞춘 흔적을 보였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녹십자(8억), 동아제약(6억1800만원),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3억7100만원), 보령바이오파마(4억7300만원), CJ(4억3400만원), SK케미칼(10억6800만원), LG생명화학(7억500만원), 한국백신(16억원) 등 8개 업체에 총 60억6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인플루엔자 백신 물량 확보라는 공익목적 실현을 위해 형성된 정부조달시장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물량을 배분하고 가격을 합의한 담합행위"라며 "이번 시정조치를 통해 정부조달시장은 물론 민간공급시장에도 보다 저렴한 가격의 백신이 공급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인플루엔자 백신 담합은 지난해 유행했던 신종 플루 백신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