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벌 조항에 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 그 이전에 합헌 결정이 있었더라도 애초부터 소급해 효력을 상실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대출 알선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수재 등)로 기소된 프라임 상호저축은행 전 노조위원장 석모 씨에게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석씨는 5천만원 이상 수수한 금융기관 직원을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하는 옛 특경가법 제5조 4항 1호가 적용돼 기소됐으나, 이 조항은 2006년 헌재에서 "공무원이나 유사 직역에 대한 처벌법규와 비교할 때 균형을 상실했다"며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위헌으로 결정된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은 소급해 효력을 상실한다'는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옛 특경가법 제5조 4항 1호를 석씨에게 적용할 수 없다"며 "앞서 2005년 해당 조항이 합헌으로 결정된 일이 있더라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형벌조항의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가 시대적, 사회적 상황 변화 때문에 비로소 위헌으로 평가받는 때는 위헌 결정의 소급효를 전면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사법정의에 어긋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이러한 불합리는 입법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석씨는 2004년 1월 지인의 부탁을 받고 한모씨가 25억원을 대출받도록 알선하고 그 대가로 3억6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5년10개월 뒤인 2009년 11월 기소됐다.
1·2심 재판부는 "가중처벌 조항은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적용할 수 없고, 통상 금융기관 임직원의 금품수수는 공소시효가 5년으로 석씨는 그 기간이 지나 기소됐다"며 면소를 선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