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이슬람채권 비과세 문제에 대해 세법개정 없이 법령해석 및 시행령 개정만으로는 면세혜택을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문경호 기획재정부 국제조세제도과 사무관은 2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국제조세협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이슬람채권 세제개편 현황'라는 주제발표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문 사무관은 "실질과세 원칙은 실질과 다른 형식을 이용한 조세회피를 과세하기 위해 적용되는 세법상 기본원칙으로 법령해석을 통한 이슬람채권 면세는 어렵다"며 "외화표시채권 면세는 대통령령 위임이 없어 시행령만으로 비과세 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내놓은 이슬람채권 비과세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법령해석, 유권해석, 시행령개정 등 최근 사회 각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여러 방안들로는 이슬람채권 비과세가 불가능하다는 것.
특히 문 사무관은 "이슬람채권은 발행·상환과정에서 양도세, 부가세 등의 과세문제가 발생한다"며 "증권 인수대금으로 취득한 자산을 차입자에게 임대하고 임대수익을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이슬람채권의 특성상 형식적 소유권으로 인해 법개정 없이는 과세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취·등록세 경우도 지방세법에서 신탁·기부채납 등 면세사유를 열거하고 있어 세법 개정 없이 정부의 유권해석 등으로 비과세를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문 사무관은 이슬람채권 비과세를 주요 골자로 한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국내기업 차입여건 개선 ▲풍부한 이슬람 투자자금 활용 ▲대외채무 안정화 및 구조개선 등의 국가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슬람채권 발행이 가능할 경우 국내기업은 달러화, 엔화 등 기존 차입시장을 이슬람 금융시장까지 확대가 가능하다"며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라 이슬람 금융재원은 계속 확대되고 있어 플랜트 수출, 자원개발 등에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자금 성격의 이슬람 자금을 사용할 경우 우리 외채구조를 장기화할 수 있어 대외채무 구조개선에도 유리하다"며 "현재 미국·유럽 등에 치우쳐 있는 외화자금 차입선을 이슬람 지역까지 다변화해 대외부문 충격 위험도 분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김규동 회계사(삼일회계법인)는 "이슬람채권은 기본적으로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의 요소를 갖춰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며 "경제적 실질을 감안할 경우 이슬람채권의 실물자산 거래는 세무상 양도로 보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영한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제출한 이슬람체권 비과세 법안의 경우 채권 범위를 명시하고 있어 그 적용범위가 제한적"이라며 "시행령 등의 장치를 통해 실물거래상의 조세회피를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