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8월부터 시중 은행 등에 부과하기로 결정한 외환건전성부담금(은행세)을 국고에 귀속시키는 대신 외환시장 안정자금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남규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2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국제조세협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외화건전성부담금 도입의 배경과 전망'이라는 주제발표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강 변호사는 "정부는 은행세가 세금인지 또는 부담금·분담금인지 그 법적성격을 정확히 결정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은행세를 국고에 귀속시킬지, 기존 또는 새로운 기금에 귀속시킬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은행세를 일시적인 외환시장 교란요인 시정을 위한 단기적 규제조치로 활용한다면 은행세 시행으로 걷히는 세수·자금을 국고에 귀속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현행 외국환평형기금에 귀속시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부담금 납부액의 법인세법상 손금산입 여부, 부담금관리기본법상 권리구제절차와 관련한 이의신청 마련 등 다른 법령과 관련한 여러 제도들도 은행세 시행령 입법예고 과정에서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유찬 홍익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은행세의 형태 및 주요 내용을 시행령에 상당부분 위임할 경우 정부가 시의적절하게 부담률을 조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단기외화부채가 천천히 증가하다 급속도로 빠질 경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은행세 도입은 거래비용 증가, 유동성 감소, 소비자 전가 등의 문제가 있지만 이 같은 부담이 전혀 없다면 정책효과도 없을 것"이라며 "은행세 부담률도 너무 낮지 않은 수준에서 결정돼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소위 '은행세'라고 불리는 외환건전성부담금을 오는 8월부터 은행법에 따른 인가를 받아 설립된 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농·수협 신용사업부문, 정책금융공사 등에 부과한다는 내용의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