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은행권, '근저당비 소급 환급될까' 관심 증폭
공정위 "소비자원 집단분쟁조정위 등 해결책 고심 중"
최근 소비자와 은행간의 대출거래 관계에서 각종 '근저당 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해야 한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약관이 대법원 확정판결을 통해 '타당하다'고 입증되면서 이와 관련한 소비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판결이 있기 전에 이미 대출을 받고, 등록세, 법무사수수료, 감정평가수수료 등 근저당 설정비를 부담한 소비자들이 이를 다시 돌려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 이미 지불한 근저당비, 돌려 받을 수 있을까? =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다. 다만 '가능성'은 남아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재 당장 기존 약관규정을 소급적용해서 소비자들에게 곧바로 환급해 줄 수는 없다. 약관 자체가 법적인 강제성을 띠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행정적인 처분을 곧바로 내릴 수는 없다는 것.
그러나 환급 받을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공정위는 이 같은 문제들을 인식, 소비자원의 '집단분쟁조정제도'를 활용하는 방법을 적극 검토 중이다.
집단분쟁조정제도는 같은 내용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50명 이상일 경우, 소비자원의 집단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을 하면 위원회가 이를 토대로 중재안을 도출해 분쟁을 조정하는 절차다.
분쟁조정위원회의 중재안을 상대방이 받아들이게 되면 이는 '소비자보호법'에 따라 법률적 효과가 생기게 된다. 예컨대 분쟁조정위원회의 소급적용 중재안을 은행권들이 받아들이게 되면 지불했던 비용을 돌려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 정치권도 "금융당국의 사후조치 필요" 요구 = 이와 관련해 당국의 대책을 촉구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융위원회에 "최소한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한 약관조항'으로 판정한 2008년 1월 30일 이후부터는 기존 약관에 따른 소비자들의 부당한 비용부담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인정한 만큼, 공정위원회가 약관의 불공정함을 지적하고 약관을 개정한 이후에도 소비자가 부담했던 근저당 설정비용은 돌려줘야 한다는 것.
지난 2008년 약관 개정 당시 공정위는 개정된 표준약관에 따른 소비자들의 부대비용 절감효과가 약 1조6082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근거로 박 의원은 지난해 가계, 기업 등 고객이 부담한 저당권 설정비용이 1조365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개정된 약관을 눈여겨보지 못한 많은 소비자들에게 많게는 1인당 수 백 만원까지 은행이 부담해야할 부대비용을 전가한 셈이다.
박 의원은 이 문제의 원인이 금융당국의 소극적인 행태에 있다고 봤다. 적어도 공정위가 부당한 불공정 약관으로 지목한 이상 법원의 판결과정과 관계없이 금융위는 해당 약관 심사를 진행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던 지난해 10월 10일 이후에라도 금융당국이 '특단'의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 은행-소비자 모두 혼란 가중‥"빠른 시일내에 대책 마련돼야" = 소비자와 은행권 모두 이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거래 건이 상당한 데 앞으로 기존 약관을 그대로 운영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을지, 불공정 약관이라면 이미 대출한 고객들의 환급 요구에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라며 "당국에서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고객과의 거래관계에서 생기는 혼선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담보대출을 받은 한 소비자는 "금액 규모로는 큰 부담이 되지 않지만 표준약관에 따라 근저당 설정비용 등에 대한 납부의무가 은행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다시 돌려 받을 방법이 없을까 궁금하다"며 "당장 환급여부와 구체적인 방법이 알고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