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이후 카드사를 흡수합병한 은행들(좌로부터 국민은행, 외환은행, 우리은행)은 카드부문 수익과 관련한 교육세 과세문제로 수 년째 국세청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다툼에서 시작된 카드부문 수익 교육세 과세문제는 현재 전 은행권으로 '불길'이 번진 상태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만큼, 대한민국 국민들의 '교육열'은 매우 높다.
교육의 중요성은 조세제도에도 투영되어 있다. '교육세'다. 교육정책에 충당할 국가재원 마련을 위해 세금을 만든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교육세는 '서택스(Sur-Tax)'로 분류된다. 독자적인 세원(稅源)이 존재하지 않고 다른 국세 또는 지방세에 부수적으로 더해지는 세금이다. 다만 금융·보험업자의 경우 수익금액(매출)의 일정률이 교육세로 부과된다.
우수인재 양성을 위해 필요한 교육재정 확충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금융사들은 '애국자'다. 그러나 '군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교육세 과세체계와 부담에 대한 불만은 상당하다.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 않을 뿐이다.
□ 교육 위해 세금까지 만드는 나라 = 교육세의 제정취지는 교육재정 확보다. 1982년 목적세 형태로 도입, 5년 동안 운영되다가 1992년 아예 '영구세'로 전환됐다. 교육세 과세방식은 본세(本稅)의 일정비율을 가산하는 서택스 방식이다.
교육세 세수는 연간 3조∼4조원 범위에서 오르락내리락 한다. 2005년 3조3472억원, 2006년 3조2223억원, 2007년 3조6229억원, 2008년 3조9297억원, 2009년 3조4778억원이 징수됐다.금융·보험업자(이하 금융사)의 경우 수익금액의 0.5%를 무조건 교육세로 납부하도록 되어 있다.
금융사들의 연간 교육세수 기여도는 전체 세수의 30%를 다소 밑도는 수준.
지난 2009년의 경우 3조4778억원의 세수 중 9631억원(27.75%)이 금융사들이 낸 돈이다.
금융사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부분은 '수익금액'을 기준으로 과세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각종 경영과 관련한 비용을 차감하기 전인 수익금액을 과세표준으로 설정해 놓고 있어 설사 비용이 수익을 초과해 손실이 나더라도 교육세는 내도록 되어 있다.
비용이 수익을 초과, 적자일 경우 내지 않아도 되는 법인세와 비교해 볼 때 불합리성은 분명 존재한다.
□ 낡아빠진 교육세법, 은행들 '발목' 잡다 = 정부는 지난 2008년 교육세법을 개정, 그동안 교육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던 증권사, 신용카드사를 과세대상에 포함, 2009년 7월부터 같은 방식으로(수익금액의 0.5%) 교육세를 과세하고 있다.
당시 세법개정을 통해 교육세 과세대상으로 편입된 금융사는 ▲증권·선물회사 ▲신용카드사·리스·할부금융·신기술금융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 ▲한국수출입은행 등이다.
신용카드가 '생소'했던 시점에 만들어진 교육세법은 카드사를 과세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었다. 시대의 변화를 적절히 반영해내지 못한 결과다.
2003년 카드대란 당시 카드사들은 교육세 납부대상이 아니었다. 이듬해인 2004년 전국은행연합회 등이 금융산업 과세체계 정비안을 마련, 카드사에 대한 교육세 부과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관련 법 개정은 4년 뒤인 2008년에나 이뤄졌다.
가뜩이나 유동성 위기로 벼랑 끝에 몰려 있던 카드사들에게 '조세형평'을 이유로 부담을 안길만큼 낙관적인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해 재정경제부(現 기획재정부)가 관련 법 개정을 뒤로 미룬 탓이다.
세법개정을 통해 금융사간 '균형'은 잡았지만, 신용카드 사업을 겸영하는 은행들의 경우는 어떻게 과세해야 하는지 여부는 여전히 애매모호한 상황이다.
2003년 이후 카드사를 합병한 은행들이 교육세 과세문제를 꺼내든 것도 이 때문이다. 법 규정 해석 및 적용에 있어서 은행들과 과세당국간 확연한 '시각차'가 발생, 다툼의 '불쏘시개'로 이어졌다.
□ 은행들, 과세전쟁 '신호탄'을 쏘아 올리다 = 카드사들을 흡수합병한 은행들은 합병이후 카드부문 수익을 매출에 합산, 교육세를 내왔다(국민은행-2003년 합병이후, 외환·우리은행-2004년 합병이후).
그러나 지난 2007년 그동안 내왔던 교육세를 전액 환급해 달라는 입장으로 선회, 국세청에 경정청구를 줄줄이 제기했다.
국민은행은 2003년 제4기분∼2006년 제4기분 교육세 370억여원 전액 환급을 요구했고, 외환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109억여원, 77억여원의 교육세 전액 환급을 국세청에 요구했다.
2006년 조흥은행을 합병한 신한은행도 조흥은행이 겸영하던 카드부문 수익에 대해 납부한 교육세 수 십억원을 환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세청은 이들 은행들의 경정청구를 일괄적으로 거부했다. 은행이 신용카드사업을 겸영하는 경우 해당 분야에서 발생한 수익금액은 교육세 과세표준에 해당한다는 것이 국세청의 거부논리였다.
이들 은행들은 국세청이 경정청구를 거부하자 일제히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사건을 병합심리한 심판원은 2008년 6월, 이들 은행들이 제기한 관련 심판청구를 모조리 기각결정(납세자 패소)했고, 다툼의 무대는 '법원'으로 옮겨졌다.
